글
7회_고객에게 추천하자
어제는 재무관점의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고객관점에서 글을 풀어보려 한다.
입사 초짜 신입사원 시절, 옆에 대각선에 앉아 일하는 곧 과장님께서
연말에 조직도를 하나 들고 나한테 자랑스럽게 오셨다.
그러더니, 이게 우리 회사 조직도 라며 보여주시면서 이상한 점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라고 하신다.
순간적으로 '이 사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찾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데 나한테 뭘 찾으라는 거야
오탈자 하나 없는 깨끗한 조직도에서 무얼 찾으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 양반.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조직도의 가장 중앙 상단 박스와 제일 밑 박스를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왜 이래?. 뭐라는 거야' 속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일반적인 회사는 조직도 가장 상단에 CEO가 있고, 고객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지."
"하지만, 우리 회사는 고객이 가장 상단에 있고, CEO가 가장 밑에 있어."
"그게 우리 직원들이 조직도를 보면서 고객이 가장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일종의 이미지 장치야."
"의미 있지. 내가 만든 거야. 놀랍지?"
'컥.... 사장님이 시킨 거 다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욕망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참았다.
고객이 상단인 조직도를 보면
가장 하단의 CEO를 중심으로 뿌리부터 올라가는 조직도를 만들기 때문에 채널별 본부조직을 운영했던 당시 회사는 어떤 채널로 고객에게 접근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만큼 고객에게 다가가는 조직의 접점이 어떤 방식인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고객 마케팅 전략문서는 STP전략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전 선배들이 쓰던 문서에서 마케팅 부분 TOOL로 가장 많이 본 것이 STP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STP보다는 CPC를 이용한 문서가 기업전략을 만드는데 좀 더 유용하지 않나 싶다.
이전 회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전략이 '구라'라면 좀 더 포괄적이면서도 전반으로 아우르는 논리 구성에는 STP보다는 CPC가 적당해 보인다.
이유는 STP는 시장을 세분화하고 고객을 타킷팅해서 포지셔닝한다는 이야기인데, 사업에 상품이 여러 개라면 포지셔닝에 따라 하나의 메트릭스 장표 안에 자사의 여러 취급 상품을 우겨넣는 문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도 몰입도가 분산되는 역효과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보고자인 상사가 원하지 않으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CPC는 이미 정의 내린 고객의 분류에 맞춰 자사의 적절한 상품군을 분류하고 이를 적절한 채널에 엮어내는 프레임이다.
일단, 첫번째 고객의 분류도 단순한 인구통계학적인 분류를 넘어서 약간의 양념을 더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냥 20대 여성이 아니라, 20대에 금융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무직 미혼 여성, 40대 남성에서 더 나아가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키덜트족 40대 남성,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이미지화된 고객 분류가 가능하다.(물론, 이 작업도 사전 데이터 추출을 통한 노다가 와 정리는 필요하다.)
이런 식의 문장으로 정의하면 보고받는 분들이 초장부터 문서에서 사고의 제한으로 받기 때문에
문서 설명에 들어가면서 보고자인 내가 원하는 전쟁터로 상대방으로 끌어들이고 시작할 수가 있다.
그런 다음, 우리 상품이 디자인과 출시될 때 주로 타킷팅한 고객군에 매칭시키고, 이를 어떤 채널에서
팔아재낄 것인지, 과거 동일 기간의 매출 데이터를 긁어모아 연결해서 적절한 유통구조와 상품군을 타깃팅한 고객에게 매칭하는 구조로 보고한다.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다.
CPC를 사용하면, 다음 따라와야 하는 게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유혹하는 판촉에 대한 내용이다.
요즘 하도 많이 빅데이터 이야기를 하니 나도 하나 더 들고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하겠다.
채널이 워낙 많아지니, 매장 직원들 이외에도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온라인이다 모바일이다. 데이터 베이스를 뒤적거려야 할 일들이 늘었다.
B2C의 데이터 베이스는 기본적으로 3가지의 연결이다.
첫번째는 상품DB, 고객DB, 그리고 그 연결인 매출데이터(트랜젝션 데이터)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에서 세는 바가지는 생각도 못하고 고객DB를 모으고 사고파느라 난리인데
고객DB만큼,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상품DB이다.
상품의 키워드 뿐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특징까지 가지고 있는 RDB가 존재해야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에게 실망하고 떠나갈 수 있지만
남아 있는 건 상품이고, 고객이 우리의 어떤 상품에 실망하고 경쟁사의 더 좋은 대체품을 찾아 떠났는지 알려면
단절 상품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이후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채널은
고객과 비슷한 분류의 고객군이 과거 구매했던 상품을 지속적으로 추천한다.
그리고, 신규 상품 중 과거 구매 상품과 같은 특성을 지닌 상품을 타깃 고객군에게 추천한다.
이거 내가 실험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맞는다.
자사 상품 판매가 아닌 위탁형태의 유통업으로 보면 3,4할 정도 수준까지는 올라 붙을 수 있다.
상품의 종류가 많은데 그 정도라면 DB 투자비용이 얼마냐가 문제겠지만 할만한 사항이다.
여하튼 요즘처럼 상품이 다양한 공급 과잉 시대에는
고객이 탐색하기 전에 이미 눈에 띄는 적합한 상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바다처럼 많다는 것은
이미 정보를 가진 고객은 누구보다 영리하게 만들지만
정보 비대칭 상태의 고객은 완전 호갱으로 만들어버리는 맹점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내가 고객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니 더 이상 깊게는 못 간다.
난 그저 문서 만들고 월급받는 남자사람일 뿐이다.
몇 번 만들다 보니 이전에 만들었던 내용과 약간의 팁으로 주저리는 것이고
더 나은 전문가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 일 무엇을 하든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일이 가장 힘들고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을 어디 한낮 미물인 컴퓨터가 완벽하게 수행하며, 돈으로만 쳐바를 수 있겠는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사람의 마음 아닌가 한다.
그래서 고객을 분류하고 DB화 하는 것 말고 매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번에는 좀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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