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속한 부서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가치관 경영을 지향하는 팀이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있던 부서는 일반적으로 기업가치 극대화를 지향하는 팀이었다.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순적인 팀인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다.

전자인 현재의 팀은 다소 형이상학적이고 장기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후자의 과거의 팀은 계량적이고  성과위주의 논의를 많이 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후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시장에서는 재화와 서비스만 파는 게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땅이나 아파트처럼 기업도
잘게 쪼개서 사고 팔더라. 그래서 오늘은 비상장법인의 시장가치 구하는 법을 좀 이야기 해볼까 한다.

왜 비상장법인이냐고? 상장법인은 시장주가 다 나와있는데 뭐하러 하냐
며느리도 모른다는 비상장법인의 시장가치를 알아보는게 나은 거 같아서 그냥 한다.

일단 비상장법인인 우리 회사의 기업 가치를 알고 싶다면,
동종업계의 시장가치를 먼저 알아보는게 순리다. 특히 이미 상장이 되어 있는 경쟁사가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벤치마킹 대상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장이냐 비상장이냐는 업체가 비슷한 상황일테니
국내 비상장법인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경쟁사도 비상장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외국에 있는 업체를 알아보는 경우도 많이 있다.

뭐 여하튼 내가 아닌 누군가가 있어야 나의 존재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우리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발행주식수로 나누어 우리 회사의 적정 주가를 알아보는 방법이다.
회사의 실무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고, Anual Report 2권 정도와 기업전략 보고서 정도, 그리고 반나절 정도의 엑셀질이면 보고 수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소위 DCF(현금흐름의 현재가지 할인)법이라고 말하는 이 방법의 핵심 Key는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이라고 말하는 WACC를 몇 퍼센트로 정하는지가 포인트다. 이 부분은 어차피 자기자본이던 타인자본이던 투자를 받아 돈을 빌리고 지급하는 이자비용의 이자율이기 때문에, 보통 이미 신용평가가 되어 있거나 외부기관에서 어느정도 나와있는 자료가 있다면 그걸 이용하는게 논란의 여지를 없앤다. 
괜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시 산정하면 왜곡했다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그만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핵심키워드가 되는 것이 이자율이라는 녀석이다.
다 돈이 돈을 부르는 프레임이 시장경제이기 때문이다.

DCF법을 이용하면 주로 EBITDA를 통해 영업현금흐름을 산정하는데, 이 때 논란이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매출성장이다. 뭐 어차피 영업이익율은 업계에서 빤하게 유지되는 공헌이익율이나 고정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히 뭘 한다고 나서지 않는다면, 그게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과거 3~5개년 매출 성장과 기업전략관련 자료를 토대로 한 5~10년 매출 성장율을 넣고, 더욱이
그 이후를 고든 모형을 산정하여 영구성장을 전제한다면 말이 많을 것이다. 영구성장을 0%라고 하더라도
명목성장과 실질성장 사이에서 감소하지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뭐, 매출이야 신도 모른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DCF법은 흔히 WACC, 즉 현재가치 할인을 얼마나 할 것인가에 대해 지속적인 논란의 여지를 만든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고자 등장하는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단 많이 쓰는 방법이 EBITDA Multiple이다. 아주 쉽게 퉁쳐서 이야기하면 영업현금흐름에 배수를 곱해서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매출을 비롯한 영업현금흐름의 증감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게열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물론 DCF법에서 말한 WACC처럼 핵심이 되는 Key가 존재하는데 그건 바로 Multiple(배수)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의 이슈다. 

실무적으로 보통은 경쟁사의 기업가치를 보고 우리 회사의 배수를 정한다.
경쟁사 하나로는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한 3~5개사의 정보가 필요하며,
우리 시장지위를 충분히 고려한 배수가 필요하다.

이 때 불안하거나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고 하면, 보조지표로 매출액 기반의 Sales Multiple을 참고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본질가치 평가를 통한 가치평가 이야기를 하고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하겠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자산의 가치와 수익의 가치의 교차점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다는 말이다.

자산가지는 자기가본에서 증자 등의 요인으로 투입되는 증가분과 무형자산 및 부실채권 등을 떨어낸 후
순자산가액을 가지고 주당 순자산가치를 만들어 낸다.
수익가치는 법인세를 뺀 나머지 이익을 기반으로 투자금액 대비 회수율인 자본환원율로 나눠 수익가치를 구한다. 

그리고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기업의 성격에 맞게 가중평균해서 기업의 본질가치를 구하면 된다.
결국 기업의 성격이 자산 기반의 기업인지, 수익이나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인지가 본질가치의 가중치를 가르는 것이다.

엑셀질을 글로만 설명하다보니, 잘 이해가 안 갈수도 있다.
내가 내 머리 정리하느라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거 하나 있다.
수치를 이용해서 졸라게 복잡하게 만들어내는 기업의 재무적 가치이지만, 결국 어떤 방식이건 키는 감(感)이라는 것이다.
겁나게 복잡한 듯 하지만, 장님 지팡이로 앞길을 예측하듯, 명망있는 대외기관의 이자율이나 신용도, 그리고 다른 기업 연차보고서의 배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계량화해서 나타내면 다 진리이고 사실인 것 같지만, 다시 한꺼풀 벗겨내면 다 감이고 촉이다. 웃픈 일이다.
주식시장이며, 부동산시장이며 투자는 다 마찬가지다. 과학적인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모두 사람의 생각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기업가치 또한 며느리도 모르는 것이 된다. 소문과 시류에 맞춰 다 돈 놓고 돈 먹는 일을 뿐이다.

우리가 사는 오늘이 그래서 가치관 경영과 직업관이 더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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