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주 첫글은 비상장기업의 가치산정에 대한 내용을 쓰고 싶었다.

근데 워낙 오랜 전에 엑셀질 한번 해본 이후 요즘 들어 작성해본 일이 없어 어디서부터 어찌 적어야 할 지 정리가 좀 필요하다. 그래서 그냥 사람에 대한 글을 적어볼까 한다.

내가 그래도 조직문화팀원인데 조직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잭 웰치 할배를 등장시키기로 했다. GE 말이다.

한 때 미국과 우리 나라를 휩쓴 GE의 조직문화 메트릭스를 살펴보자.
편의상 Y축을 성과로 보고 X축을 조직문화로 놓은 다음 2*2메트릭스를 그리자.

그럼 이런 식으로 구분이 되겠지.
1사분면 : 고성과자이며, 조직문화와 잘 맞는 사람
2사분면 : 고성과자이지만, 조직문화와 잘 맞지 않는 사람
3사분면 : 저성과자이며, 조직문화와 잘 맞지 않은 사람
4사분면 : 저성과자이지만, 조직문화와 잘 맞는 사람

여기서 잘 맞는 사람은 조직문화의 방향성과 부합하며, 관심과 참여가 지속되는 사람이라고 정하겠다.

GE는 이 사사분면의 각 사람에 대해 어떤 방식을 취했을까
매우 단편적이고 간략하게만 글을 쓰는 내 방식에 따라 정리해보겠다.

1사분면(고성과자/잘 맞는 사람) : 조직에 필요하다. 더 할 나위 없다.
3사분면(저성과자/잘 맞는 사람) : 조직에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부진은 격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 면담 등을 통해 좀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부서로 조직이동, 지속적인 역량 개발, 팀원들과의 관계 개선 등의 지원조치가 고성과자로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다.
4사분면(저성과자/안 맞는 사람) : 저성과자이며,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이야기꺼리는 2사분면이다.
고성과자이지만, 조직문화에 잘 맞지 않는 사람 말이다.

당신같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GE와 우리의 잭 할배는 물론 독려를 통해 조직문화에 부합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지원도 필요하지만,
잘 안 될 경우, 조직에서 과감하게 비켜나 줄 것을 권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경우를 들으면, 현실의 대부분은 그래서야 되겠냐는 식의 발언과 어떻게 해도 일만 잘 하면 된다는 식의 입장, 그리고 일단 우려먹고 내보내자는 타협적인 생각들이 지배할 것이다.

이는 우리 현실이 조직문화와 전략, 더 크게는 비전을 실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대라는 반증이다.
단명하는 CEO와 경영진, 그리고 리스크 회피하는 관리자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 관점을 좀 바꿔보자.

에전에 모시던 경영진 중 사업본부장님이지만 HR분야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이 계셨다.
그 분은 매년 연말만 되면 입버릇처럼 인사이동 발령의 배경으로 하시던 말씀이 있으셨다.

-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어딨냐. 안 맞는 곳에 사용하는 우리가 잘못이지

그 당시에는 노조원의 입장에서 막연히 되게 멋있어 보였다.
그래 맞아, 잘만 데려다 놓으면 다 쓸모가 있는 법이지 말이야, 하는 생각이 늘 있었다.
더군다나, 우리 김성근 감독님께서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지 않으셨나.
모두를 쓸모있는 곳에서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게 최선인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들여다 보면 이건 리더의 생각이어야 한다.
그리고 굉장히 오래된 관습과 같은 생각으로 보인다.

일단 난 리더가 아니다. 그러니 구성원 모두가 마지막까지 함께 하도록 한다는 생각은 좀 오버다.
난 구성원이다. 내가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게 맞다.

리더에게서 과거 엄마의 모습을 투영하던 시대도 지났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직장 생활하던 시대는 없다.
돌아서면 남이라는 생각으로 직장 생활하는 게 올바른 판단일수 있다.

리더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남아있는 리더의 모습이 변해야 한다고 본다.

현실적인 리더의 모습이나 지속가능한 기업의 구성원들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를 얼마전에 봤다.
김혜수, 김고은이 주연한 영화 "차이나타운"이다.

가업을 유지하기 위해 지독하게 몰아세우며, 냉소적인 방식으로 자식을 키워내는 엄마의 모습은
과거 우리가 전통적인 개념으로 가지고 있던 엄마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잘 되라고 몰아세우는 훈육관의 모습과도 좀 차이가 있다.
자기를 희생해 새로운 리더를 세우는 느낌의 영화는 좀 새롭다.

김혜수가 자기 양엄마를 살해했듯이, 김고은도 양엄마인 김혜수를 살해하며,
가업을 지켜내는 모멘텀의 순간은 가슴 아프지만 기억에 많이 남았다.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방법은
성과실적이나 우리의 룰을 유지하는 조직문화 두 가지 관점에서 단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어야 할지 모른다.

그 질문은 영화"차이나타운"이 던져준다.

"증명해봐. 니가 얼마나 쓸모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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