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2화_시나리오 경영과 리스크 매니지먼트
우리 회사에 비전은 없다
2015. 7. 1. 10:47
어제는 저녁에 영화"위플래쉬"를 봤다.
약간 맛이 간 사람 둘이 나와서 서로 주먹질만 안 했지
2시간동안 싸움질하다 끝나는 영화더라.
다 보고 나서 상받기 딱 좋게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식 사고관이 들어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연주자라는 목표를 위해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미친듯이 열중하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최근 미국기업이 지향하는 문화가 생각났다.
회사에서 모든 것을 다 지원해 줄테니 너희는 일만 해라.
회사에서 놀게 해주고, 밥도 좋은 거 주고, 다 할테니 전심전력으로 일만 해라.
그리고, 이게 우리 나라에 도착한 후에 기존에 있던 내용들과 뒤섞이면서 이상하게 변한다.
한쪽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을 부르짖으면서 다른 쪽에서는
전심전력을 다해 일하라고 사무공간을 졸라 멋지게 꾸미고, 군기강 잡듯이 회사기강을 잡겠단다.
이거 뭐 기업이라는 존재의 심리상태가 아주 복잡하다.
어제 발표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9년인가 도입된 주 5일제 이후 사람들이 더 피곤해졌다 느낀다고 한다. 내심 이해가 가는 부문이다.
주5일이라 집에서는 친구같은 아빠와 가족과 함께 하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야 되고, 울 마누라는 나보다 늦게 퇴근해도 집밥을 먹여야 한다는 수준높은 사명감으로 슈퍼우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회사에서도 복잡한 시류에 편승해야 되니 갈팡질팡 머리만 복잡하다.
더군다나, 요즘같은 시대의 복잡함을 다 따라가며, 그때 그때 대응하려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다.
요즘처럼 어수선한 시대에 유행하는 게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아닌가 싶다.
실무자로서 처음 기웃거리며 눈대중으로 봤던 게 2006년 정도 인것 같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주로 CFO출신 사장님이나 강력한 권한의 CFO가 주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CFO라는 전문인적인 직책이 말해주듯,
불황기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고자 시나리오 경영을 이용해 플랜B를 만들고
논리구조를 바탕으로 매출이 빠지는 상황에서 이익 보전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선언한다.
아주 지극히 CFO다운 발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소위 외국계 기업 물들 지셨거나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좀 아시는 분이라면 범위가 좀 넓어진다.
전사관점에서 위험이라고 인식되는 부분을 모두 확인하고 이를 카테고리화하여 구분한다.
가장 쉬운 것으로 재무 위험 이외에 사옥이나 근무현장에 관련된 위험, 법률상의 위험, 영업계약 상대방과의 위험, 인재 이탈에 대한 위험, 물류센터의 위험, 매장 재고관리의 위험 등 여러가지를 구분한다.
그리고 카테고리 내부에 문제가 될만한 소지의 위험을 규정한 후 이를 대비한 위험요소별 시나리오를 구성하게 한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전사가 모든 리스크를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보통 중점관리대상을 정한다.
이런 일은 보통 경영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한다.
리스크 관리 주체는 현업에서 하지만, 지원 및 모니터링 업무는 경영관리부서에서 한다.
그리고 이를 조율하고 매뉴얼에 따라 의사결정하는 주체는 리스크 관리 위원회를 운영한다.
임원과 현업 리스크관리 담당자, 경영관리부서를 아우르는 협의체가 월별로
리스크 모니터링 협의회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시기에 등장하는 것이 우리 흔히 말하는 성과KPI와 비견될 만한 KRI다.
리스크 모니터링 보고서에 등장하는 신호등 표시의 주체로 중점관리 리스크 대상이
신호등 단계 표시를 이루는 원인과 이에 따른 향후 매뉴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신호등 표시의 전사 공유를 결정하는 협의체로 제법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요즘 컨트롤 타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리스크 관리 위원회가 회사에서는
재난 위험의 컨트롤 타워라고 보면 된다.
이쯤에서 생각하는 글이 하나 있는데, 경제 경영서 저자 중에 이남훈 선생이라는 분이 있다.
유명한 책으로는 공고피아 같은 것이 생각나는데, 내가 생각나는 글은 "걱정에 물들지 않은 연습"이라는 글이다.
글이 제법 기니까 오늘의 내 의견을 이야기 하고 글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치겠다.
리스크관리나 시나리오 경영은 막연한 불안감이나 걱정을 지우기 위한 작업이다.
또다른 계획으로 걱정을 구체화하고 이를 도전으로 전환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정보의 과잉이지만, 멍청하고 막연하고 불안하다.
바다와 같은 정보에서 부유하고 길을 헤매는 무식쟁이 들이다.
리스크관리나 시나리오 경영은 어쩌면 현실감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이다.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이다.
계획은 뭔가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하는 힘
일반적으로 우리가 계획을 세울 때를 한번 떠올려 보자.
물론,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최대한 실현가능한 계획을 짤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즉. 나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또 하나의 계획, 플랜B를 동시에 짜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
플랜B를 잘 짜지 않는 상황에서 플랜C, 플랜D, 플랜E를 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가 세우는 계획들은 거의 한 가지 뿐이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황이 바뀌었을 때를 대비한 또 다른 계획을 짜지 않았다는 것이 불과하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하나의 계획만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절벽 사이를 넘어갈 때
단 하나의 다리에 의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다.
앞에서 계획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이뤄내기 위한 것을 넘어
뭔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는 플랜A만 짤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변수를 대비한 또 다른 플랜B, 플랜C, 플랜D를 짤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플랜들을 준비해놓으면 비록 애초의 계획과는 달라질 수 있어도
계속적으로 변수에 대응하고 길을 수정하면서 점점 자신이 세운 애초의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
사업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바로 지그재그식 성공이라고 일컫는다.
상당수의 리더들은 완벽한 선택을 위해 시간을 끌거나 망설이지 않고 일단 결단력있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출발한다.
그들은 결코 자신의 생각이 곧바로 실현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방식은 늘 지그재그식이다.
비록, 남들이 볼 때는 계획이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수많은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궁극적으로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치열한 사업의 세계에서도 베테랑 경영자들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지그재그식 행보를 보이는데
일반인들이 단 하나의 계획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것이 되지 않았을 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포기하는 일은 만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계획에 대한 결정을 하기 보다는 최소 서너개의 변수에 대한 대안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던 재빠르게 대안을 마련할 수 있고 당황하거나 걱정하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하는 계획이라는 것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안되었을 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사전연습해보는 것이라고 말해야 더욱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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