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1. 회사와 나와의 연애 혹은 결혼
처음 회사에 입사할 당시는 회사와 나. 모두 즐겁고 설렌다.
회사도 나에 대한 기대가 크고,
나도 선택 받았다는 선민정신의 발현으로 회사에 대한 관점에는 언제나
콩깍지가 씌여 있기 마련이다.
정작 본인도 회사에 대한 내부적인 사정을 잘 모르면서
제3자가 회사 욕이라고 할라치면 분개하고 심지어는 역공을 서슴치 않는다.
회사도 처음에는 나에게 허니문을 제안한다.
짧게는 1,2주에서 길게는 한달간의 허니문 기간이 존재한다.
허니문 기간에는 서로간의 배려가 깊다.
행여나 상대방이 마음이라도 상하지 않을까 조심하고
그 흔한 환영회식은 물론이고,
신입사원에게는 꽃바구니와 선배들의 선물공세도 제법 짭짤하다.
2. 서로를 알아가면서 일어나는 갈등
보통의 부부들도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시점까지는 분위기가 제법 좋다.
회사와 나도 허니문 기간에는 다소 마음에 안 들고 부족해도 별 말 없다.
하지만, 결혼도 생활에 돌입하면 서로간의 생활습관 차이와 성격 차이를 튜닝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소소한 다툼과 실망들이 일어난다.
회사와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부장님도 내가 들고 간 보고서 내용에 더 이상 아쉬움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팀의 소통방식이나 업무 프로세스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다.
적당히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살기도 하고,
권리를 요구할 건 다투어 쟁취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제로섬 게임이라 누구 하나는 상실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3. 우리는 애증의 관계
"사랑이 어떻게 변할 수 있나?"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사랑의 변화는 영화나 광고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이다.
애인이 있어도 일반적으로 우월한 종자들에게는 눈길이 가고
내 옆에 서 있는 현실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고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실망스러운,
나의 현재가 언제부턴가 행복에서 불행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사수는 나를 더 이상 아끼지 않는다. 더불어 내 동기들과 나를 비교한다.
어떤 때는 아주 대놓고 한다. 흠....
내 부사수는 날 은근히 무시한다.
어디 가서 타 팀 사람들과 내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건 아닌지 궁금할 정도다.
이렇게 우리는 현실 속에서 적당히 실망하고 적당히 안주하며
하루 하루를 이겨낸다.
오래된 연인들처럼 말이다. 감흥도 없지만, 없으면 허전한....
10년을 함께해서 낮아질 데로 낮아진 베게처럼 말이다.
4. 이별선언
이별은 한 순간이다.
사실은 조금씩 다가오지만 서로가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 편이 옳을 수도 있지만,
세상의 모든 작별은 언제나 결정적인 한 순간으로 이루어진다.
독일의 통일도 생각지 못한 오해로 비롯되어 일순간이 이루어진 것처럼.
회사와 나의 이별도 그 결정적 순간은 한 순간이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겠다는 나의 이별 통보.
혹은 일방적 조직개편이나 인사발령으로 나에 대한 이별 선언
모든 것은 서서히 일어나고 있지만 그 속에 서있는 우리 모두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모든 것은 한 순간이다......
5. 버릴지언정 버림받지 않겠다.
일단 연애를 시작하거나, 결혼을 하면 균등한 힘의 분배는 있을 수 없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 싸움이 시작된다.
회사에서는 대부분 고용된 나보다는 권력과 힘이 있는 회사가 주도권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언제나 슬프다. 외사랑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슬픈 나도 내 살 길을 찾아 헤맨다.
어떤 나은 놀라운 업무신공으로, 어떤 나는 사내 정치와 평판으로,
불온한 나는 내부정보를 이용하기도 한다.
삼국지의 조조처럼 살기로 했다.
자신을 견제하는 천하의 동탁을 떠나던 조조처럼.
- 버릴지언정 버림받지 않겠다.
6. 세상의 모든 것은 관계이고 연애다.
연애나 결혼은 나와 사랑하는 그대와의 관계다.
그리고 회사와 나의 관계도 일종의 연애와 결혼이다.
비단, 두 가지 뿐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선택과 관계는 연애다.
그래서 난 언제나 기대하고 언제나 실망하며, 언제나 변한다....
그게 나고 그게 우리다.... 사랑한다. 모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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