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팀. 이제 꽉 찬 2년이다. 

머슥하게 인사하고 지낸 팀원들은 이제 왠만한 친구 다음으로 편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지금의 상태에 오기까지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언제나 해체 소문이 도는 조직문화팀이기에 팀원들의 끈끈함은 오히려 배가 되었다.

그런 조직문화팀이 오픈 2주년을 맞아 신세 한탄에 나서겠다.
내일 책상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든 걸 내려놓고 사는 팀. 
바로 조직문화팀을 위한 변명이다.

1. 팀원들의 계급도

신세한탄 전에 우선 정황파악을 위해 팀원들의 역학관계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는 '백두혈통'을 비유해서 살펴보면,
평소 문화예술활동을 선호하시는 윤석원 부장을 김정일로 놓고 봤을 때 
강하고 저돌적인 스타일의 김정은은 김정웅 과장(이름도 비슷하군. 혹시...), 
김정일의 장남이지만 주변을 떠돌며 간혹 관심받고 싶어 세간을 놀래키는 김정남은 문준환 과장, 
선진문물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서방세계와 접촉이 자유로운 김한솔은 박정원 대리,
최근 급성장한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속칭 북한공주에서 핵심실세가 된 김여정은 두윤희 과장으로 정리하면 이해가 빠르다.

* 여기서 잘 모르는 분들은 알아서 인터넷 뒤져보시길... 켁!
(밑에 두과장님이 가계도 그림 넣어주세요!)

2. 2년간의 오픈빨! 종료

'13년을 시작하면서 추진한 일들은 이전에 없었던 것으로 우리 구성원들은 뭔가를 하기만 하면 좋아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말이다.
이미 몇몇 큰 기업들 내에만 존재한다던 조직문화 전담팀이 생겼으니 기성 프로그램 중 좋은 것은 일부 수용하고 차별화될 만한 것들도 선별 추진했다.

우리가 한 일 중에는 남들이 다 하는 것도 있었지만, 간혹 신선한 성과도 있어
팀이 꾸려지자마자 시도했던 신규입사자 Welcome Box는 일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제작 이후 다른 회사의 문의가 꽤 있었고,
새로운 사원증 견본은 필자의 이전 직장 총무팀에서 벤치마킹한다며 보관 중이다.
화장실이라는 원초적 공간에서 진행된 캠페인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선호하셨다.
올해 진행했던 "합창" 같은 프로그램은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경우이다. 실제로 월간HRD에 소개되기도 했다.
* 여기까지 자랑질이다.

지난 2년간 잘 먹고 살았다. 
새로운 것들을 회사 내에 전파하면서 칭찬도 받고 냉소도 받은 우리는 호불호가 확실한 나름 스타일있는 팀으로 포지셔닝했다.

역시! 남자에겐 로망이 필요한 법!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철학자가 되겠다'는 말처럼 
현재까지는 쪼들리는 살림이지만 초심에 대한 경계는 완전히 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오픈빨이 끝났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확실해진 이 마당에 그 동안 호의적이었던 구성원들은 눈높이가 높아졌다. 이제 마냥 좋아라 하진 않을 것이다. 
냉소적인 구성원들은 내성이 확실하게 생겼다. 왠만한 약빨은 먹히지도 않을 것 같다.

더욱이 조직문화팀에겐 태생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3. 노는 조직으로 보이는 태생적 한계

구성원들이 보기에 우리는 여전히 노는 조직이고 할랑해보인다.
실제로 많은 구성원들, 특히 관리자급 이상은 조직문화활동이 각 팀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신다.
굳이 없어도 되는 팀이 생겨가지고 공통비도 늘고 일도 방해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매출이 곧 인격이고 하루 하루 헤쳐나가기도 버거운데 문화가 왠말이냐. 너희는 왜 노느난 말이다.
우리도 안다. 현업 출신 팀원들이다보니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말씀드리고 싶다. 
조직문화가 좋아지면 매출도 올라가고 이익도 좋아져서 비전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는 사이비 교주의 설교나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이야기는 집어치우겠다.

그보다는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니 사람사는 곳답게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루 최소한 8시간 이상 지내는 곳이 지옥이라면 우리는 아침에 집에서 나와 지옥행 전철에 올라타는 것이다.

우리들이 생활하는 LS네트웍스가 천국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사람냄새나는 인간다운 곳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구성원들이 보기에 생활하기 좋은 직장이고 계속 지내고자 이익을 지속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나는 곳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의 이익과 자신의 책임회피를 위해 내일과 타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4. 2015년에 대한 설레발

올해까지는 조직문화활동을 조직문화팀에서 다 해쳐먹었다.
하지만, 21세기 인간답게 살자고 만든 조직이 행하는 전체주의적 발상과 개인의 색깔을 뭉개는 짓거리는 이제 줄이고자 한다.

그보다는 아침부터 얼굴보는 팀원들끼리 잘 살아낼 수 있는 팀단위 조직문화를 중점적으로 활성화하고자 한다.
조직문화라는 게 저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같은 것이 아니라 아침 댓바람부터 침 튀기며 얼굴 붉히는 팀원끼리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팀의 색깔이 좋다면 더 확실하게 때깔날 수 있도록, 좀 아니라면 이번 기회에 화끈하게 바꿀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그래서 팍팍한 세상이 살맛나는 세상으로 바뀌기 전에 우선 살맛나는 회사로 바뀌었으면 한다.

조직문화팀에서 없는 살림이지만 안 되면 몸빵으로라도 되게끔 노력하겠다.
적어도 팀 해체 혹은 현업복귀의 예언이 실현되는 그날까지는 멈추지 않겠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딜런 토마스의 詩로 글을 마무리한다.

세상에 어둠이 오더라도, 어둠이 다가올 때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우리다.
그 어둠을 향해 저항하고 분노해야 한다. 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이고 현실이라 할 지라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그리고 회사라는 공동체이기에 마지막까지 이 일을 할 것이다.
적어도 팀이 해체되거나 우리가 이동하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딜런 토마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노년은 날이 저물어감에 열 내고 몸부림쳐야 한다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지혜로운 자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어둠이 지당함을 알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번개처럼 번쩍이지 않기에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선한 자들은 마지막 파도가 지난 후 그 덧없는 행적들이
푸른 바닷가에서 얼마나 빛나게 춤추었을지 한탄하며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달아나는 해를 붙잡고 노래한 사나운 자들은
섭섭히 해를 보내준 걸 뒤늦게 알고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죽음이 가까운 심각한 이들은
눈멀게 하는 시각으로,
멀은 눈도 유성처럼 불타고 명랑할 수 있음을 깨닫고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그리고 당신, 저 슬픔의 높이에 있는 내 아버지
이제 당신의 성난 눈물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길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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