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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사회, 우리는 모두 감시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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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8. 17:10
작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찌라시가
최근 각계각층의 구독자들로부터 초심을 잃고 착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원래 찌라시의 정신은 "학습된 무기력화"를 부정하고
현실을 비틀어 함께 웃어보자는 취지이다.
회사에 해학과 풍자를 심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다른 하찮은 홍보책자들과 동일시되는 굴욕을 맞보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2014년 꽃피는 춘삼월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글을 내기로 맘 단디 묵었다.
그리고!
첫 주제로 얼마 전에 우리가 당했던? 경영진단을 소재삼아 "감시사회"에 대해 논해 보기로 한다.
1. 감시의 시작은 어디부터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우리는 고용인이다. 일하라고 고용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지주', 현대화된 말로 '고용주', '주주와 이해관계자'가 존재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자본와 시장이라는 다소 우회적인 사회프레임을 통해 권한을 행사한다.
제도나 사회가 복잡해지다보니, 주인이 신경쓰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졌다.
그래서 관리체계를 만들고 고용인이 다른 고용인을 감시하기 위해 고용되는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시장의 이해관계자들도 회계법인이나 정부기관을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같은 감시방법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조선시대 "추노"처럼
도망과 추적을 반복하며 공진화(共進化 , coevolution)하고 있다.이직과 구조조정이 자유로워지면서 신뢰와 평생직장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설화 정도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정부도 구멍난 세수확보를 위해 기업을 뒤지기 시작하면서 고용주와 더불어 우리들을 졸라 괴롭히고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월급쟁이들까지 꼬리의 꼬리를 무는 감시사회가 강화되고 있다.
사는게 점점 팍팍해진다.
3. 우리의 사례
필자가 지난 달 현업에 진행된 그룹사 진단에 대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라는 표현은 좀 그렇고 넋두리라고 하는 편이 올바를 것이다.
그룹의 유일한 B2C사업과 신규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진단하러 오신 분들의 사전학습이 부족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기존업무에도 바쁜 직원들이 너무나 포괄적으로 요청하는 내용을 대응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사전에 준비를 좀 더 하고 왔으면 하는 불만들이 많았다.
필자는 생보사 자회사를 다니면서 금감원 진단 준비를 몇번 한적이 있는데
보통은 1달에서 2주전까지 사전자료를 접수 후 학습하고 진단포인트를 선정하고 들어오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부분이 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당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거다.
회사가 아무리 상품을 잘 만들었다 해도 고객 맘에 안들면 안팔리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다.
4. 감시는 불순한 감정을 생산한다.
진단원인을 직원들이 모른다는 점은 비인간적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그룹 중 가장 전년실적이 좋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진단의 목적도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줬어야 한다.
그게 부족했다. 저인망식 진단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준비가 덜 되고 목적의 공유가 안되니 감정이 나왔다.
서로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 가장 손쉬운 방법은 권력이다.
서로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 가장 손쉬운 방법은 권력이다.
당하는 입장은 이름모를 죄인이 되고. 반대편은 가진 자의 불손과 오만이 엿보인다. 그게 사람이다.
그렇게 진행되는 진단결과는 감정이 실리고 결과가 좋을리 없다.
정치적이 되기 쉽고 희생양을 찾아 이성을 잃기도 한다.
우리의 사례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5. 우리에게 던져진 또 하나의 과제
이제 또 한 고비가 지나갔다.
월급쟁이들이 다 그러하듯이 버티는 건 정말 잘 한다.
그냥 하루 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하지만 남은 게 있다. 잠시 닫혔을지 모를 우리 마음이다.
억지로 열어 풀어헤쳐진 곳은 더욱 자물쇠를 굳게 잠근다.
소통은 줄어들고, 기반인 소통이 줄면 창의와 열정. 그리고 책임도 자연스레 감소한다.
떠나면 모르겠지만 남은 우리에게는 숙제가 남는다.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 열심히 해도 별거 없다는 인정.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 열심히 해도 별거 없다는 인정.
월급쟁이 일하는데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생각.
어쩌면 그 동안 마음 속 한 켠에 넣어두었던 복지부동의 옷을 다시 꺼내입는다.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앞에서는 봄이 왔노라 "신뢰와 소통"을 말하지만
현실은 아직 겨울인 "감시사회라"는 프레임 속에서 일해야 한다.
망각의 동물인 인간이 다시 겨울외투인 복지부동을 벗고
창의라는 살갗을 드러낼 수 있는 봄은 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언젠가 꽃피는 봄을 맞이하면
겨울 옷은 옷장 속에 넣어두고 다시 전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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