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비전선포 1주년을 기념하여
기고글
2015. 7. 8. 17:15
작년 9월 21일에 우리는 전사 체육대회를 했다.
그리고, 체육대회보다 훨씬 더 중요한 비전을 선포했다.
남한강 물줄기를 옆으로 끼고
장기자랑 보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년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1년의 기억들을 되새김질? 해보고자 한다.
엉겁결에 엎질러진 물처럼 시작된 비전 수립
2012년. HR담당이 분리신설되면서 인사와 조직 업무의 지향점이 되는
"핵심가치"의 부재가 이슈로 떠올랐다.
그 동안 기능적으로 진행되던 업무들을
"핵심가치"라는 지향점을 잣대로 목적있게 추진하고자
본부장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였다.
그런데 추가사항 발생!
비전없이 핵심가치만 있다는 것은 앙꼬없는 찐빵과 같다고
생각하신 CEO이하 임원들의 비전수립 요구가 발생했고
기세좋게 핵심가치를 추진하고자 했던
HR담당은 얼떨결에 비전까지 추가해서 진행하게 되었다.
[STEP 1] 모두의 염원을 담은 비전 수립
그리하여 HR담당 내 비전 및 핵심가치TFT가 신설되었는데
구성원은 인사팀장을 필두로, 인사팀 2명, 경영기획팀 2명으로 구성되었다.
1.1. CEO특명 : 비전을 위해 모두의 의견을 긁어 모아라
프로젝트는 총 5개월 일정이 잡혔는데
비전을 정하기 위한 프로젝트로서는 굉장히 긴 일정이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비전을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사무실 근무인원의 20% 정도는 한 번이상 TFT 사무실에서 워크샵을 진행해야 했다.
CEO 및 임원진 인터뷰와 별도로, 각 본부별로 1,2차에 걸쳐 비전 워크샵 일정을 잡고
1달 동안 구성원이 생각하는 우리의 비전과 미래상을 잡아내기 위한 워크샵을 진행했다.
때로는 성토의 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안드로메다를 논하기도 했던
워크샵을 4주에 걸쳐 진행하고 나니, TFT는 수많은 구성원들이 남기고 간
수많은 키워드들의 조각들 속에 파무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1.2. 임원워크샵 : 고객의 행복을 디자인할래? 제안할래?
미친년 머릿속 같았던 키워드들을 일정한 카테고리별로 꾸역꾸역 엮어서 임원워크샵을 열었다.
나름 초이스?한 키워드들을 CEO와 임원 8명이 마음을 모아 결정하는 시간.
2개조로 나뉜 임원들은 "Global, Dream, 전문성, 새로운 사고, 고객 행복" 등의 키워드로
현재 비전statement의 원형을 만들었고, 2개조의 최종 의견은 거의 같았다.
다만, 고객의 행복을 디자인할 것인지, 제안할 것인지 문구만이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사실,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이 두 문구의 미묘한 차이가
프로젝트 막판까지 우리의 선택을 힘들게 했다...
1.3 비전 선포식 ('12.9.21)
막상 비전 선포식 날짜가 다가오고, 슬슬 프로젝트 결과물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TFT를 괴롭혔던 한가지 고민은 전 구성원들이 함께 외칠 구호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룹웨어를 통한 설문조사에 TF팀원들이 2개씩 아이디어를 내고 별거 별거 다 했지만,
덜컥 결정된 것은 인사팀징님이 아침에 출근하는 차 속에서 생각했다는 그것!
"건강한 인재! 통하는 회사! 네트웍스! 화이팅!"
아이디어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온다.
책상 머리가 최선은 아닌 것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게 마지막 단추를 맞추고 나니, 비전 선포식이 개최되었다.
모든 행사 역량을 총동원한 총무팀의 노력으로 비전 선포식은 꽤나? 유쾌하게
진행되었고 실무자로서 한고개 넘었다는 생각에 긴장이 활 풀리는 하루였던 것로 기억된다.
[STEP 2] 비전수립에서 조직문화로!
이제 비전 및 핵심가치 수립 프로젝트는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선포된 비전과 핵심가치가 일회성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가꾸고 내재화할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조직문화팀을 만들었다.
2.1 새로운 팀을 구성하라.
우선 팀을 만들려면 구성원들이 필요했다.
아직은 생소한 조직문화, 비전 및 핵심가치 내재화활동을 주업무 삼는 팀을 위해
지원할 구성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사내 JOP Posting을 진행하였다.
생소한 업무와 오랜만에 본 사내모집공고는
구성원에 따라 안타까움. 의구심, 약간의 흥분을 제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또 몇몇 사람들은 면접을 본 결과,
신규영입 1명, 지원부서 1명, 영업부서 1명, 마케팅부서 1명을 구성원의 조합을
맞췄다. 전담인원 4명으로 단촐한 팀을 꾸리게 되었다.
혹자는 한시적 조직이라 했고, 어떤 분은 한직(閑職)이라 했으나
일단 팀은 구성되었고 일을 시작되었다.
2.2 조직문화팀의 컨셉
어찌어찌하여 팀을 구성하고 모여보니 유부 4명으로 구성된 조직문화팀.
평균연령 36세, 평균체중 80kg이상, 선호메뉴는 남의 살(고기).
예쁘고 정갈한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팀으로 보인다.
첫 미팅하고 얼마 안 지났는데 컨셉에 대한 결론은 빨리 나왔다.
어차피 타사처럼 우아하고 멋진 컨셉은 우리한테 무리다.
차라리 우리가 잘 하는 데로 한번 가보자.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보기로 했다.
배나오고 머리 좀 없고 두주불사의 팀원이 존재하는 팀 문화에 맞춰
철저하게 "B급 싼마이" 문화로 컨셉을 잡고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뿌락지"와 "찌라시"
저렴 촌티 컨셉으로 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보자고 했다.
2.3.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팀을 만들었는데,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려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동네 은어로 "광(光)"을 먼저 팔기 위해 몇가지 눈에 보이는 것을
급박하게 해대기 시작했다.
아래 내용은 우리가 상반기 동안 광(光)판 내용이다.
* 제대로 나온 사진 보며 안구정화하고자 기획한 사원증 리뉴얼 - 제대로 보니 실망했다.
* 싼 맛에 준비했다 절반의 실패를 본 Welcome Set - 계산기 품질 저하.
* 직장인으로서 기본 매너를 지켜달라 고백한 똥글. 인품 캠페인 - 똥싸면서 마음 정화.
* 일단, 한번 모아보자고 시작한 통 콘서트와 만빵행쇼 - 쏘주라면 대동단결.
* 책 쫌 읽는 교양있는 인간들이 되보자고 책 돌리는 CEO추천도서 - 책장으로 전면주차.
상반기에 팔 수 있는 광들을 뭔가 보여드리겠다는 열정으로
줄줄이 사탕으로 연타해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없었던 것들을 하는 것인지라,
우리 구성원들은 넓은 아량으로 격려해주는 분위기였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2.4. 드림 콘서트.2013
그리고, 조직문화팀 올해 최대 과업!
조직문화팀 존재의 목적인 핵심가치 내재화를 위한
전 구성원 교육 프로그램 "드림 콘서트.2013"
미팅도 하고, 사전테스트도 하고, 엄청 준비한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팀원 전체가 긴장모드.
1일차 아침에는 조금 일찍 기상한 일정과
본부별로 섞어 앉은 자리배치로 인해 조금은 서먹한 분위기였다.
임원 오프닝 강연 때문에 완전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뒤에 앉은 운영진은 조마조마 초긴장 모드.
하지만.
역시 서먹함을 푸는 정답은
술자리가 아닌 진솔한 수다였다.
1교시 트로트 오디세이 시작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개사곡을 만들자니
분위기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교육이라는 냄새를 지우고
핵심가치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시작한 "드림 콘서트.2013"
좋은 기회였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계시고,
재즈공연을 즐기신 분들도 계시고,
좀 지루해 하셨던 분들도 계셨지만,
운영진에게 남겨진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 확인한
구성원들 마음 속에 숨겨진 열정을
어떻게 조직의 에너지로 모을 것인지의 숙제이다.
우리에겐 서말이 넘는 영롱한 구슬이 있는데
보배를 만들려면 잘 꿰어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내년에도 더 좋은 기회로 구성원의 에너지를
모아보고자 한다.
[STEP 3] 눈뜨면 달려가고 싶은 회사 만들기
비전 선포 1주년.
우리의 회사 생활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가늠해 본다.
책상 위에 핵심가치 마우스패드, 파워포인트 템플릿, 그룹웨어 게시판이 언뜻 눈에 띈다.
회식마다 외쳐대는 비전 구호! Global Dream Company!
사장님이 공식석상에서 맨날 말씀하시는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
조금은 변한 것 같기도 하고,
무늬만 가뀐거지 내면은 아직 그대로 일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도 이 조직의 일원이며
변화를 염원하는 우리 속에 내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나의 모두, 즉 우리에게,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며
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어록으로 제언하고자 한다.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다만 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
나와 우리의 현재의 하루 하루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 미래이다.
그래서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고, 우리의 비전도 여기에 존재한다.
다만, 아직 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미래인가, 아니면 아직 퍼지지 않고 남겨진 과거인가
'기고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럼에도 우린 꿈꾸어야 한다 (0) | 2015.07.08 |
|---|---|
| 우리에게 휴가란 어떤 의미일까 (0) | 2015.07.08 |
| 감시사회, 우리는 모두 감시받고 있다 (0) | 2015.07.08 |
| 집단의 슬픔을 이겨내는 법 (0) | 2015.07.08 |
| 시대의 부름. 마초리더십 (0) | 201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