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월 말이다. 신정도 지나고 설 연휴도 지났다.

결심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 실행의 시간이다.

생각없이 한 결심이건, 정말 고민해서 세운 계획이건, 지금쯤 되면 남은 것은 과정과 결과이다.
아직 계획을 잘 실천하고 있다면 지속해서 성취를 이룰 것인가, 이미 물 건너갔다면 벌써 내년을 기약할 것인가

1.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을 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흔히 직선적 시간관과 원형적 시간관이라 하는데, 
전자는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의미하며 기독교 중심의 가치관이고
후자는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사상을 근간으로 삶과 죽음이 이어지듯, 하루의 시간도 순환한다는 동양의 가치관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서양과 동양의 사상을 접목하여 나선형의 시간관을 이야기 하는데
짧게는 하루, 그리고 일년, 길게는 개인의 일생으로 이어져 나가는 일상들이 조금씩 발전하며 역사로 이어진다는 논리이다.
[참고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_채사장]

2.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함정

혹자들은 일상의 매순간을 최선을 다하면 후회 없을 것이라 말한다.
일일계획표를 만들던 어린 시절부터 회사의 사업계획을 정하고 실천하는 현재까지,
노력했지만 실패하기 일쑤였고 성공한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라면,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전진하지만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목표지점은 명확하게 찾았는데, 방향이나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바꿔야 하지 않을까

조직문화팀에서 3년간 진행한 조직설문의 결과를 보면 우리 구성원들은 자신이 열심히 일하며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동료들도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잘못된 길이 아닌가.

3. 과거 성공경험이 현재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우리는 이미 직접적 성공체험과 벤치마킹 같은 간접경험을 통해 충분한 성공경험을 알고 있다.
사장님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은 일반적으로 성공경험을 통해 그 자리에 오르셨다.
또한, 정보수집이 용이한 요즘은 성공사례 구하는 것이 식은 죽 먹기다.

그런데,  왜 과거의 성공은 현재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프로스펙스 W와 딜라이트의 히트가 지속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누구나 말한다. 시장도 변하고 고객도 변하고 환율도 변하고, 하늘아래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지 않다라고 말이다.

그럼. 우린 또 다른 히트 아이템이 터지기를 기대하면서 시장조사하고 트렌드를 그저 열심히 따라야만 하는걸까
성공을 지속할 수 있는 왕도는 진정 없는 것일까. 필자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

4. 창조적 결과 말고 창조적 일상

지금까지 우리는 성공을 히트 상품과 아이디어 자체, 그리고 결과물이 만든 노하우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성공요인이 아니다. 필자가 찾아낸 진정한 성공요인은 일상의 과정, 즉 '루틴(routine)'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한 사람의 천재성에 의존하지만 지속될 수 없다. 
반면, 창조적인 일상은 버려질 수도 있는 한 사람의 거친 생각이 다른 구성원의 지식과 연결되어 새로운 창조물로 변모할 수 있다. 
심지어 우리가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상품이 단지  우리의 지식을 구현한 것뿐이라면, 고객들이 상품을 사용할 때 제안한 아이디어를 수용한다면 
새로운 지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지식은 또 다른 새로운 지식창조 과정을 유발한다.

그래서 우리는 결과를 창조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창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일회성 해결책으로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한탕주의보다는 일상의 흐름, 나선형의 시간을 발전적으로 채워나가는 창조적인 루틴을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루어지는 변화 속에서도 기업 자체가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 속에 존재하고,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한계를 초월하는 과정을 지속할 수 있다.


5. 양조장 프로그램의 철학

2015년 조직문화팀이 제안하는 "양조장" 프로그램의 기본 철학과 프레임은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의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과 노나카 이쿠지로의 지식창조이론에 근간을 두려고 한다.
과정철학과 지식창조이론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과정 혹은 일련의 사건으로 구성된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관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참조: 창조적 루틴_노나카 이쿠지로]
따라서 제안과 아이디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보완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양조장 프로그램의 핵심은 제안성과가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친 제안을 우리 구성원 모두가 잘 격려하고 공감해서 자연스런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등재된 제안을 구성원들의 보완 및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이해와 공감으로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안착되는 과정을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LS네트웍스 내부적으로 양조장이라는 프로그램이 하나의 조직문화로 정착하도록 초반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보완 발전시킬 계획이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어느덧 CEO소통의 대표격이 되어가는 사장님과 조찬 프로그램, 그리고 꾸역꾸역 이어져 가지만, 어느덧 60여명의 직원이 책을 나누어 가는 우책통 프로그램처럼 속된 말로 "맞고 푸는 방식"이 되겠지만 LS네트웍스의 대표적인 제안 프로그램으로 스며들도록 노력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곡식인 "조"가 깊은 숙성과정을 통해 풍미 가득한 술로 사람들의 행복한 관계를 만드는 그날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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