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재무관점의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고객관점에서 글을 풀어보려 한다.

 

입사 초짜 신입사원 시절, 옆에 대각선에 앉아 일하는 곧 과장님께서

연말에 조직도를 하나 들고 나한테 자랑스럽게 오셨다.

 

그러더니, 이게 우리 회사 조직도 라며 보여주시면서 이상한 점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라고 하신다.

 

순간적으로 '이 사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찾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데 나한테 뭘 찾으라는 거야

오탈자 하나 없는 깨끗한 조직도에서 무얼 찾으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 양반.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조직도의 가장 중앙 상단 박스와 제일 밑 박스를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왜 이래?. 뭐라는 거야' 속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일반적인 회사는 조직도 가장 상단에 CEO가 있고, 고객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지."

"하지만, 우리 회사는 고객이 가장 상단에 있고, CEO가 가장 밑에 있어."

"그게 우리 직원들이 조직도를 보면서 고객이 가장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일종의 이미지 장치야."

"의미 있지. 내가 만든 거야. 놀랍지?"

 

'.... 사장님이 시킨 거 다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욕망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참았다.

 

고객이 상단인 조직도를 보면

가장 하단의 CEO를 중심으로 뿌리부터 올라가는 조직도를 만들기 때문에 채널별 본부조직을 운영했던 당시 회사는 어떤 채널로 고객에게 접근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만큼 고객에게 다가가는 조직의 접점이 어떤 방식인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고객 마케팅 전략문서는 STP전략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전 선배들이 쓰던 문서에서 마케팅 부분 TOOL로 가장 많이 본 것이 STP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STP보다는 CPC를 이용한 문서가 기업전략을 만드는데 좀 더 유용하지 않나 싶다.

이전 회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전략이 '구라'라면 좀 더 포괄적이면서도 전반으로 아우르는 논리 구성에는 STP보다는 CPC가 적당해 보인다.

 

이유는 STP는 시장을 세분화하고 고객을 타킷팅해서 포지셔닝한다는 이야기인데, 사업에 상품이 여러 개라면 포지셔닝에 따라 하나의 메트릭스 장표 안에 자사의 여러 취급 상품을 우겨넣는 문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도 몰입도가 분산되는 역효과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보고자인 상사가 원하지 않으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CPC는 이미 정의 내린 고객의 분류에 맞춰 자사의 적절한 상품군을 분류하고 이를 적절한 채널에 엮어내는 프레임이다.

일단, 첫번째 고객의 분류도 단순한 인구통계학적인 분류를 넘어서 약간의 양념을 더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냥 20대 여성이 아니라, 20대에 금융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무직 미혼 여성, 40대 남성에서 더 나아가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키덜트족 40대 남성,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이미지화된 고객 분류가 가능하다.(물론, 이 작업도 사전 데이터 추출을 통한 노다가 와 정리는 필요하다.)

 

이런 식의 문장으로 정의하면 보고받는 분들이 초장부터 문서에서 사고의 제한으로 받기 때문에

문서 설명에 들어가면서 보고자인 내가 원하는 전쟁터로 상대방으로 끌어들이고 시작할 수가 있다.

 

그런 다음, 우리 상품이 디자인과 출시될 때 주로 타킷팅한 고객군에 매칭시키고, 이를 어떤 채널에서

팔아재낄 것인지, 과거 동일 기간의 매출 데이터를 긁어모아 연결해서 적절한 유통구조와 상품군을 타깃팅한 고객에게 매칭하는 구조로 보고한다.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다.

 

CPC를 사용하면, 다음 따라와야 하는 게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유혹하는 판촉에 대한 내용이다.

 

요즘 하도 많이 빅데이터 이야기를 하니 나도 하나 더 들고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하겠다.

 

채널이 워낙 많아지니, 매장 직원들 이외에도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온라인이다 모바일이다. 데이터 베이스를 뒤적거려야 할 일들이 늘었다.

 

B2C의 데이터 베이스는 기본적으로 3가지의 연결이다.

첫번째는 상품DB, 고객DB, 그리고 그 연결인 매출데이터(트랜젝션 데이터)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에서 세는 바가지는 생각도 못하고 고객DB를 모으고 사고파느라 난리인데

고객DB만큼,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상품DB이다.

 

상품의 키워드 뿐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특징까지 가지고 있는 RDB가 존재해야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에게 실망하고 떠나갈 수 있지만

남아 있는 건 상품이고, 고객이 우리의 어떤 상품에 실망하고 경쟁사의 더 좋은 대체품을 찾아 떠났는지 알려면

단절 상품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이후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채널은

고객과 비슷한 분류의 고객군이 과거 구매했던 상품을 지속적으로 추천한다.

그리고, 신규 상품 중 과거 구매 상품과 같은 특성을 지닌 상품을 타깃 고객군에게 추천한다.

 

이거 내가 실험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맞는다.

자사 상품 판매가 아닌 위탁형태의 유통업으로 보면  3,4할 정도 수준까지는 올라 붙을 수 있다.

상품의 종류가 많은데 그 정도라면 DB 투자비용이 얼마냐가 문제겠지만 할만한 사항이다.

 

여하튼 요즘처럼 상품이 다양한 공급 과잉 시대에는

고객이 탐색하기 전에 이미 눈에 띄는 적합한 상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바다처럼 많다는 것은

이미 정보를 가진 고객은 누구보다 영리하게 만들지만

정보 비대칭 상태의 고객은 완전 호갱으로 만들어버리는 맹점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내가 고객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니 더 이상 깊게는 못 간다.

난 그저 문서 만들고 월급받는 남자사람일 뿐이다.

 

몇 번 만들다 보니 이전에 만들었던 내용과 약간의 팁으로 주저리는 것이고

더 나은 전문가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 일 무엇을 하든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일이 가장 힘들고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을 어디 한낮 미물인 컴퓨터가 완벽하게 수행하며, 돈으로만 쳐바를 수 있겠는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사람의 마음 아닌가 한다.

 

그래서 고객을 분류하고 DB화 하는 것 말고 매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번에는 좀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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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주일 동안 교육받으러 들어가기 전까지 

이번 주는 폼 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처음부터 써온 글을 보니

5번째 글까지 비전 프레임에 맞춰서 글을 쓰고 있더라.

 

비전, 미션, 경영목표 이런 것 말이다.

그래서 그냥 이번 글은 '전략에 대한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 볼까 한다.

 

사실 난 2000년대에는 엑셀질 꽤나 했던 것 같은데,

알고 세운 기업전략은 없었다.

 

이유는 알고 보니 그게 전략이 아니라 목표수치였기 때문에 그렇다.

 

나름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인력과 인건비, 소위 CAPEX라 불리는 투자설비금액,

구매와 재고, 그리고 손익을 아우른 후에 얻게 되는 EBITDA.

이를 기반으로 DCF법을 이용한 현금흐름과 IRR, NPV Ratio는 재무전략의 풀 프레임이며 이런 것이 바로 사업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사업 전략들을 자본 투자와 연결하여 회사 전체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기업 전략의 결정판이라고 단연했다.

 

완전 바보 멍청이였다.

알고 보니 이건 그냥 거대한 목표 수치일 뿐이었다.

 

완전 구라 를 위한 실무자들의 시나리오이자, 한 마디 거짓말이 완벽함을 얻기 위해 백업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논리 정연하게 잘 만든 수치도

결정계수나 그래프가 아름답지 못하면 조정해야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예를 들면, J 커브를 완벽하게 이뤄야 그림이 잘 나오는데

실무자가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CAPEX를 넣다 보면 그래프가 안 예쁠 경우,

아름다운 그래프 전개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일정을 조정한다.

 

이 경우는 약과다.

심지어는 인력이 들어가야 신규사업을 하는데

기업전략단계에서 결정계수 논리전개가 어렵고 복잡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신규사업은 있는데 인력이 없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그냥 웃자.

 

어차피, 의사결정 하시는 분들은 세부 데이터는 자세히 보시지 않으니

경험 많은 실무자의 능력은 절대 보이지 않게 데이터를 조정하면서 결정계수와 그래프를 아름답게 만들어내는가가 관건이다.

 

이러다 보니, 기업전략은 보고를 위한 수치의 나열이고

전략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매년 전략 수치를 수정하게 되며, J커브의 우측 이동 생명연장을 무리하게 시도한다.

노후 원전설비의 재사용 승인을 위한 보고서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까지가 기업재무에 대한 개괄적인 소견이다.

 


두서없이 재무목표와 헷갈리는 요즘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보니,

이제는 기업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자 한다.

 

비전과 경영목표 이후,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거의 대부분의 전략담당부서는 진단을 먼저 하려고 한다.

구도를 잡는 차원에서 현재(AS-IS)가 나와야 미래(TO-BE) 상정을 위한 논리 구조 전개가 쉽기 때문이다.

 

진단 결과를 가지고 현재의 약점이라고 구성원들이 정의 내린 부분에 대한 보완

혹은 선택을 논리전개의 시발점으로 삼는다.


이 때 전략팀장이 소위 말하는 타짜 정도의 경험자라면

이미 진단보고를 경영진에게 진행하면서

머리 속에 정치적 논리를 포괄하는 결론도 세팅한다

하지만 결코 자기 머리 밖으로 결론을 말하지는 않는다.

 

진단 결과 약점과 강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드러나면

각각의 진단점을 적절한 경영학 툴(TOOL)에다 얹어 넣고 이를 전략팀장이 경영진에게 보고를 하면서그 보고를 받고 의견을 표하는 각 경영진의 포지셔닝을 잡아낸다.

(이 때 보고서에는 시중에 나와있는 전략 책에 나오는 그림을 목차대로 파악하고, 이를 적절하게 베껴 넣어야 보는 사람이 좋아한다. 더불어 전략팀장의 논리는 살아있어야 하니 그게 기술이다.)

 

전략팀장의 수읽기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물론, 사장님은 진단보고를 듣기만 할 것이고, 피드백이라 봐야 원론적인 독려 내지는 책에 나오는 개선방향에 대한 맥없는 이야기다. 본심은 숨기시기 일쑤다.

 

기존 수익본부장은 보나마나 신규사업 지원을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며, 기존사업의 신규사업화가 중요하고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를 주렁주렁 해댈 것이 분명하다.

가진 자의 미덕은 간데없고 회사 내 모든 사업을 기존 수익사업 안으로 흡수 합병할 기세다.

남이 하면 못하고 내가 하면 잘 한다는 고정관념이 확고하다. 다들 열정적인 게 장점이다.

 

신규사업본부장은 십중팔구 돈을 못 버는 이유가 회사가 신규사업을 벌리기만 하고 지원을 제대로 못해서우리 부서 직원들이 사기가 엉망이며, 도대체 일을 하라고 사업을 시킨 건지 아예 접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으로 일관할 것이다. 대부분 스페셜리스트라 생각한다.

 

전략팀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사장님의 본심이다

신규사업에 대한 사장님의 생각이 중요하다.


물론 아무 생각 없는 사장님이야, 될 때로 되라는 식의 생각이시겠지만

오너 연계가 있거나 비즈니스 기반의 사장님은 

문제의식이 높고 생각도 기대 이상으로 확고하다. 평소에 그걸 잘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략팀장은 자신의 주장이나 팩트를 기반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장님의 의중에 맞춰 전략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앞서 말한 전략이 재무수치의 거대한 구라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전략팀장이 정치적이거나 잘 나갈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맞춰 사장님 간을 보면서

1,2,3차 보고를 통해 사업의 방향성과 철수가 필요한 부분, 선택과 집중의 부분들을 정리하고 사장님과 본인의 정신을 완벽하게 튜닝하기 위해 노력한다.

 

본인이 곧 사장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100% 확인되지 않으면 

결코 전략보고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장님이 오너에게 보고를 할 때 전략팀장을 달고 다니는 것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팀장은 존재감도 확실하게 피력해야 한다.


 

아무튼 진단 후 전략보고서를 만들면 각 사업별 전략을 만들고 나서

반드시 빨간색으로 대내비라는 빨간색 네모 칸을 찍은 조직 및 인력운영계획이 따로 버티고 있다.

 

대부분은 월급쟁이들은 앞에 사업전략 보고서에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각 사업본부의 부서장이나 실무자들이 생각한 거 그냥 정리한 거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전략이라고 해서 새로운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별로 특별할 것이 없고

이미 있는 사업의 개선이라고 해봐야 다들 어디서 한번쯤 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이나 인력에 대한 내용은 임직원들에게는 결정계수다.

개인들의 사내 전략을 세워야 하는 그야말로 과제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진짜 전략은 이제부터다.

개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를 가르는 전략에

직원들끼리 저녁에 고민을 하고, 나름의 전략을 짠다.

 

이런 전략은 사내외 정보수집망을 총동원해서 자기가 어디서 일할 것이며,

앞으로 조직개편 후 판세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를 확인하고,

어떤 상사 밑에서 일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회사 생활을 지속할 것인지를 포지셔닝하게 해준다.

 

성공지향적인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존재감을 유지하려 하고

일과 삶의 균형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회사 전략을 개인처럼 짠다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회사 일을 내 일처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세태이다 보니

전략은 더 이상 전략이라기 보다는 수치화된 목표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신이 무슨 생각과 행동을 하든

우리는 당신을 목표와 결과로만 바라보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은 구라일 뿐이다.

 

해야 할 일의 방향성이나 과제는 없고

숫자와 목표만이 난무하는 우리의 전략은 '아몰랑'과 다를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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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시간까지는 좀 깝깝한 글들이었다.

현실을 비판하거나 성토하는 글이었고, 대안에 대한 제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길이 없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그 길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어서 그렇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무릇 실천이 중요한 법이다.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을 운영하는데 기본적인 요소라고 일컬어지는 3가지는

"사람(조직)", "제도", "인프라" 이다.

 

요즘 내 주변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이 3가지 중에 "사람(조직)"이 근간이며

이로 인해 나머지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시는 경향이 많은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서서 있다가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경향이 있다. 그러다 완전히 누워서 안 일어나면 죽은 거나 다름 없는 게 사람이다.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래서 제도인프라가 필수다.

 

인본주의? 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역량 있는 핵심인재를 투입하면

취약한 부분이 보완될 것이라 말씀하시는데, 당신 주변을 잘 살펴보라.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개인은 조직을 이길 수 없다.

우리가 시장에서 얼리어덥터(Early Adapter) 보다는 조직의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를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이야기는 회사 안으로 들어가서 해보겠다. 내 이야기다.

 

필자는 사회생활을 정확하게 운영기획팀이란 곳에서 시작했다.

20세기 용어로 말하면 "경영관리"를 하는 부서였다.

금융권으로 이야기하면 주로 심사와 분석을 담당하는 업무라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 부서에서 5년이 좀 넘게 생활했는데

주요 업무는 예산/손익관리, 전결규정, 회의체 운영, 성과관리였다.

 

예산/손익관리 업무야 현상 파악 및 조직운영을 위한 업무이고 회의체 운영도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업무이니 그렇다 치는데, 깊게 들어갈수록 원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전결규정과 성과관리가 왜 경영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의 업무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수였던 과장님한테 물어봤다.

"이거 왜 우리가 해요?"

 

그랬더니 그 선배 하는 말이

"책임을 묻고 평가를 해야 할 것 아니냐"

"일을 했으면 신상필벌이 있는 게 당연한 세상이치 아냐?"

 

. 그런가 보다 했다.

 

성과관리 업무를 온전하게 다 넘겨받고 나서

좀 더 배우고 근무시간에 농땡이도 치기 위해 외부 교육기관을 전전했다.

 

물론, 성과평가와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넝쿨이라는 업체에서 하는 대표님의 워크샵에 참가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또 깊게 책을 볼수록 성과관리라는 표현이 맞지 않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KPI BSC 프레임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체계라는 것을 완전히 이해했다. 이 체계를 완전히 이해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평가라는 말은 입에 담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업에서 흔히 말하는 KPI는 각 부서가 미션을 수행하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킹핀(King Pin)을 지표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표와 과제가 반드시 연계되어 움직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표들의 인과관계이다.

 

2000년대 중반에 KPI 이노베이션이라는 책을 봤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각 지표들을 BSC 4대 관점인

1) 학습과 성장관점, 2) 프로세스 관점, 3) 고객 관점, 4) 재무 및 기업가치관점

에서 보았을 때 1)~4)으로 이어지는 지표가 서로 인과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다. 또한 지표 자체는 단순 명료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했다. 지표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표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새로운 지표를 창조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 진정한 킹핀(King Pin)의 가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성과관리업무를 평가와 보상으로만 접근했던 나의 무지함에 창피했다.

비전을 실행하는 전사적 운영 프레임을 내가 너무 괄시했구나하는 생각에 한 동안 미안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기업에서는 여전히 경영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이 업무를 전형적인 평가지향적인 관점으로 수행하고 있다.

 

깊게 알고 잘 이용하면 유용한 비전 달성 프레임을 잘못된 방법으로 이용하는 게

얼마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가를 알아야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 안 하고 있을 것이다.

일을 소극적으로 바라보는 게 일반화된 현실이니 말이다.

 

두번째 할 이야기는 직무위임전결규정이다.

 

이 업무는 내가 사회 생활하는 동안 참 오래도 나를 따라 다녔다.

심지어 내가 회사 이직 전 마지막으로 수행한 업무가 전결규정 개정 품의였다.

그리고 이직 후 처음 한 일이 전결규정 개정 업무다.

이직 전후 4개월 동안 두 회사의 전결규정개정을 했다.

물론, 이직 후 회사개정이 백만 배 쉬웠다.

 

성과관리가 인프라 프레임이라면 전결규정은 제도라고 본다.

어떤 것이 절대적인 구분으로 제도이고, 인프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충 끼워 맞추면 그렇다.

 

경영관리업무를 할 때는 전결규정 개정 할 때 현업에서 개정사항을 받았다.

그리고 조직단위 Hierarchy를 맞춰서 개정했다.

정치적인 입장과 권력구조를 고려한 개정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전략기획팀으로 이동해도 전결규정업무는 나를 따라왔다.

내가 모시던 부사장님이 전결규정이 기업전략과 연계되지 않으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문제가 되니 이를 전략기획팀에서 담당하라 업무를 조정하셨기 때문이다.

 

전략기획팀 선배들은 난감한 표정이었고 그래서 업무가 꼭! 나한테 온 것 같았다.

전략기획팀에서 전결규정을 다루는 방식은 좀 달랐다.

 

전결규정은 기본적으로 이사회, 경영위원회, 예산규정의 공통규정을 제외하고는

각 팀 단위로 구성한다.

 

이유는 각 팀의 업무분장을 전결규정을 통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글에서 다룰 업무매뉴얼도 각 팀별 전결규정에 맞춰 체계를 가져간다.

 

그런데, 각 팀의 전결규정에 신규사업이나 전략 등이 추가되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전략기획팀에서는 현업이 자체적으로 전략에 맞춰 전결규정을 개정할 수 없음을 판단하고 기업이나 사업전략에 맞춰 규정개정을 협의 추진한다.

 

많은 고민과 소통이 필요한 작업이다.

신규 규정에 따른 업무는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규정 개정 후 재개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물론 그에 따른 업무매뉴얼 작성도 후속조치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조직의 변동이 일어나는 경우는

각 팀의 전결규정 중 일부를 분해하여 옮기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 작업은 각 팀별 전결규정만 잘 되어 있다면, 각 팀장들의 협의에 따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작업만 진행하면 되니 크게 어려움은 없다.

 

근래에 들어, 전결규정 무용론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정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주장들이 많다.

 

하지만, 전결규정 실무자였던 내가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이 또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라 생각한다.

 

전결규정을 단순 취합 및 운영으로만 접근하는 방식에서 무슨 신규사업을 전략적으로 진행하며, 변화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이야기인가. 당연히 선무당들이 수동적인 관점으로 규정업무를 하니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선무당들이 망치는 제도와 인프라가 사람과 조직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목도하면서

노무현 정부 때 만들었다는 정부의 2,000개가 넘는 업무매뉴얼이 용도 폐기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씁쓸하다.

 

역량 있는 사람들이 다 잘 해낼 것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믿고 싶지 않다.

선수를 믿지만 언제나 독한 훈련으로 만약을 대비하고, 가차없이 투수를 교체하는 한화 김성근 감독의 고민이 많은 깨달음을 주는 시대이다.

 

성적을 내는 야구도 어렵지만, 비전을 달성하는 기업이 더 어려운 현실이다.      

 

다음 글은 다시 철학적인 글이다.

변화의 시대에서 개인이 일을 해내는 법에 대해 논하고 싶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990779&ctg=2010

. 그리고 다음 주에 연수원 교육이라 글을 일주일 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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