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이 일어난 지 많은 시간이 지나고 있다.
집단 트라우마라는 꽤나 생경한 용어와 더불어 사회 전체가 흐느끼고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움츠려 지내고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을 보면서 훨씬 전의 일이지만 
필자가 오랜동안 살아 왔던 동네에서 일어났던 사건 하나를 머리 속에 떠올렸다.

1. 인현동 호프집 사건을 기억하는가
   
필자는 태어나서 현재까지 경인지역에 살았고 
중고등학교 시절 동인천역과 주안역 근방에서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래서 인현동 호프집 사건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난다.

1999년 10월 말은 인천의 몇몇 유명한 고등학교 축제날이었다. 
영업정지 상태서 태연히 문 열고 미성년자 120명을 받은 호프집에서
지하노래방서 3층까지 번진 불길에 30분도 채 안돼 아우라장이 되었고 57명의 아이들이 쓰러졌다.
연기 올라오는데 돈 내고 가라며 탈출 막다가 혼자 비밀출구로 빠져나온 호프집 지배인 행태는
세월호 사건의 선장과 다르지 않다.

일전에 재밌게 본 드라마"추적자"에서 박근형이 했던 대사가 기억난다.
- 애들 잘못한다고 탓할 거 하나 없다. 애들 잘못되는 건 다 부모탓이고 어른들 잘못이다.

2. 비극에 대처하는 예능의 자세
   9.11테러 후 크나 크 비극 뒤 예능프로는 어떻게 돌아와야 하는가? 2010년 9월 29일 시작한 코미디쇼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줄리아니 뉴욕 시장이 소방관들과 오프닝을 맡아 "뉴욕이 다시 일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 쇼가 방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 움츠렸던 예능프로나 행사들이 서로 눈치들을 보며 재개되기 시작했지만 좀처럼 정지 후 재개의 논리나 이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와중에 방송 오프닝에 정중하게 조의를 표하고 다시 녹화에 매진한 무한도전의 정면돌파가 눈에 띈다. 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3. 남 눈치나 보는 세상은 집어치워라.
   예의를 갖춘 정면돌파가 답이다.

올해들어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식샤를 합시다"가 있다. 아침식사라는 가볍고 감성적인 자리지만 사장님 말씀 중 한가지 새겨 들은 말씀이 있어 이 글의 마지막으로 인용해본다.
  • 사장님이 지사근무로 인해 독일에서 거주하시면서 본 독일사람들은 여름에도 비가오면 가죽자켓을 자연스레 입고 거리를 다니고 겨울에도 날이 더우면 반팔을 입고 다닌다 하셨다. 한국에서는 설사 여름에 춥거나 겨울이 덥더라도 주변의 눈치를 살피느라 계절의 맞춰 옷을 입게 된다는 말씀이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대화 중에 웃었지만 머리를 한대 맞는 기분이었다. 우리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남의 눈에 들기보다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세상의 슬픔을 이겨내는 가장 바르고 빠른 방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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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역사깔대기를 좀 대겠다. 물론 오늘도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이다.


1. 근대는 적자생존의 시대

우리 나라는 조선이라는 마지막 왕조가 막을 내린 후 현재까지 적자생존의 시대다. 

일제라는 외세 속에서 자기 챙길 것을 찾아 살기 바빴고, 이유야 어찌되었건 해방 이후에도 먹고 살기 위해 내 것을 쟁취하기에 바빴다. 

워낙 나라에 뭐가 없으니 나라라는 이름 안에서 함께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빌리고 끌어다 일으켜 세웠지만 어느 정도 나라 안 곳간을 채우자 그 안에서 다시 자기 몫을 찾기에 바빴다.


한반도가 둘로 나뉘면서 우리는 미국 등의 서방에서 3가지를 얻게 되었는데 

첫째는 차관과 같은 금전적 지원이고. 둘째는 외국군대의 주군이며. 셋째는 현대기독교의 정착이다. 

돈이야 우리가 절실했고 군대가 미국의 필요였다면 현대기독교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수정했다. 

연세재단의 모태인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들여온 감리교의 기본적인 생활윤리는 크게 3단계다. 

열심히 벌고 모으고 나누어라. 그런데 한국은 야성을 숨기고 청교도이념을 부분적으로 수용했다. 열심히 벌고 모으기만 했다.


2. 현대는 신 중세시대

기복신앙이 된 기독교와 수단에서 목적으로 변질된 돈은 대한민국을 신 중세 시대로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단계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80년대부터 서서히 또다른 의미의 엔클로저 운동이 시작되었고

IMF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재력이 잣대가 되는 계급사회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서양의 어떤 이가 20세기 브라만은 영어를 자유 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했는데

한국은 영어 사교육도 돈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20세기를 살아냈다.


3. 정체가 위기가 된 사회

그리고 우리는 이제 정체라는 벽과 마주했다.

경제성장 일변으로 현대사를 만들어 온 한국은 이전에 겪지 못한 사회의 분열을 겪게 되었다. 학습된 성장 고속도로 위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 모두는 당황했다.


그리고 방황하며, 갈 길을 잃은 군중들은 옛 추억에 사로 잡혔다. 확장시대의 리더들을 그리워했다.

성장과 더불어 이룬 민주화라는 신표와 고등교육의 세상은 지속한 학습을 통해 군중을 연성화 시켰으며, 성경 속에 나오는 양(sheep)의 무리처럼 만들어 버렸다. 마초적인 성격은 줄어들고 생각과 자기 주장은 온데간데없이 휘발했다.


이제와서 아무리 창의교육을 찾고 창조와 혁신에 열광하지만 선생부터 학생. 그리고 부모까지 그 누구도 주체적이지 못한 세상이 되었다.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 자위하며 베끼기 전략에 몰입하지만 열심히 달려 1등을 쟁취하고 나면 이내 허무해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개인의 모습도 사회와 다르지 않아 자살률은 증가하고 우울증이 늘어간다.


4.위기에 필요한 리더십

그리고 이제 군중은 21세기에 맞는 리더를 원한다.

군중은 여론을 통해 따뜻하고 온정적안 리더를 원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강력한 리더다.


양의 무리는 같은 양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양은 양 중의 리더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들의 포부는 허영이다. 오히려 양 중에 누가 리더가 될라치면 시기하고 질투한다.


진정한 리더는 마초 리더이다.


위기를 타파하고 갈 길을 잃어 자중지란하는 군중의 무리를 격하게 이끌고 명확하게 지기해주는 리더는 마초여야 한다.


군중은 자존심을 원하고 허영에 궁시렁거리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완벽하게 권력을 장악할 포부가 없다.


이는 현재 우리 주변에 개혁가를 자체하는 인간들의 스타일이 대체로 자유쥬의자인 것과 같다. 권력을 비판하지만 체제를 바꾸지는 못하는 자유주의자 말이다.


이제 권력을 빠르게 장악하고 조직에서 득세하기 위해서는

남성미가 필요하다. 소통이 아니라 호통이 필요하다.


혁신을 논하지만 자신은 혁신한 적이 없는 군중을 알고 있다.

현대인의 결정 장애를 알고 있다.


이들은 이야기는 많지만 결국 마초의 호통에 끌려가기 십상이다. 아니 어쩌면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게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아~ 대한민국의 수많은 로맨티스트들이여

그저 문제에 대해 답을 내 주길 원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을 원하는 로맨티스트들이여.


마초를 찬양하라.

마초가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이다.

굳게 믿고 따르다 잘못된 길을 가 집단멸망할 지언정 그건 팔자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생각을 아끼고 힘을 따르라!

피곤함과 고통은 정복자의 몫이니!


PS. 그대 주변에 마초 상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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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 회사에 5개월 간 합류하는 인턴사원에게 회사의 조직문화에 대해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우리의 비전체계와 조직문화활동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다 그 분들의 명단을 인사팀에서 받고나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단순히 회사 홍보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좀 더 의미있는 메시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살펴보고 생각했다. 회사의 비전과 회사와 오래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말이다.


1. 뜻이 맞아야 성취를 이룬다?
    요즘 우리는 개인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을 함께 이루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다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 2020년 되면 회사 나가거나 다시 생각해봐야 되나?'
   생각해보니 사람의 생각이나 뜻이 의외로 자주 바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정치인들을 보면 인생관이란 건 없는 사람들 같더라. 회사도 경영환경 때문에 조직 내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뜻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겠지 말이다.
어떤 일을 하고자 뜻을 맞추고 함께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에 부딪히거나 일부가 변심하는 경우, 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함께 하기 위해 소통하고 설득하기도 하지만 의도가 있고 개인의 뜻이 서면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뜻을 맞추는 것은 장기적으로 함께 하는 방법으로는 올바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그렇다면 회사와 오랫동안 함께 하기 위해 맞춰야 하는 근본적인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어렸을 때 동네친구나 학교친구들 중 현재까지 연락하거나 친하게 지내는 놈들은 각자 생활이나 직업은 천차만별이지만 언제나 맘이 맞는다. 평소 어디다 털어놓기 꺼려지는 고민도 이상하게 오랜만에 만나도 자연스레 이야기하게 되고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래 그런거다. 회사라는 조직이지만 그 안은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문화와 색깔이 있다. 그 것이 어찌보면 그 회사의 문화라고 생각했다. 조직문화. 조직문화와 맘이 맞는다는 것이 내가 그 회사와 맞는다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간의 답답한 점이 있더라도 대화로 풀어낼 수 있고. 내 맘대로만 독단하지 않고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며 일을 하게 된다.


그래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란 회사와 맘이 맞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의 핵심가치 중 우선이 "소통"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좀 느낌이 온다. 의도하지 않거나 우연히 비전을 이루었다해도 그 과정에 맞는 맘이 없었다면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가치있는 결실이 아니다. 오랜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뜻이 맞는 사람이 아니라 맘이 맞는 사람이다. 황금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오래 함께 해야 할 거위를 잃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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