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시절, 필자가 존경하는 그 분은
휴가란 쉼표와 같은 것이라 말씀하신 적이 있다.
쉼표를 잘 찍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말하면서 휴가의 의미를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잘못된 예) "사랑, 해보고 싶다."
올바른 예) "사랑해, 보고 싶다."

말장난을 예로 들었지만, 필자는 이후 휴가에 대한 생각이 들 때면 항상
"사랑해 보고 싶다."라는 문장이 머리 속을 맴돈다.쉼표를 잘 찍어야 인생이 바뀐다는...ㅋㅋ


다시 여름이 오고 휴가 시즌이 지나간다.
회사에서는 하계 휴가 계획을 제출하라 하고 우리는 모두 어떻게 알찬 휴가를 보낼 것인지
설레는 고민에 빠지고 또 휴가를 다녀왔다.

아니나 다를까?
시기에 맞춰 언론에서는 휴가지에 대한 정보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저마다 휴가에 대한 노하우와 놀라운 여행기를 쏟아내며
나도 뒤지지 않는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경쟁심을 돋게 한다.
* 한국사람들은 참 경쟁심이 잘 돋는다. ㅋㅋㅋㅋ

휴가의 어원과 의미
역시 피서는 냉방이 빵빵한 사무실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필자는
사무실에 앉아 갑작스레 휴가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봤다. 휴가의 어원과 유래 말이다.

불어로 바캉스"vacance"는 "~로부터 자유로워짐"
영어로 "vacation"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일정 간격의 틈을 두어 휴식을 취하는 것" 이다.

유래를 찾아보니, 19세기 산업사회가 도래한 이후 일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초기에는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을 제외한 긴 휴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으나, 점차 노동강도가 강해짐에 따라 레크레이션을 포함한 장기 휴가가 권장되고 있다고 한다. - 출처 : 위키피디아


필자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는 사람이 일정한 간격을 두어 업무에서 자유로워 진다는 것
휴가의 의미가 더위를 피해 잘 논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에서 잠깐 자유로워 진다는 점이라면
우리는 일을 일생의 숙명으로 받아들어야 햐는 것이란 말인가

한량이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필자는 순간 절망했다.

휴가라는 것이 일을 다시 진행하기 위한 일종의 쉼표란 말인가
잘 쉰다는 의미가 다시 일을 잘 하기 위한 재충전이라는 말인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그리고 얼른 와라

결국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은 갔다가 오라는 말이었다.

휴가에 대해 필자에게 일설을 풀어내신 오래 전의 그 분?은 휴가를 비우는 것이라 했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도록 비우는 작업이라 했다.

그래서 더 이상 과거에 메이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재충전의 의미를 잘 새기라 했다.

첫 하계 휴가를 가려고 할 때
필자의 제법 거창한? 놀이 계획을 넌지시 보고선
신입사원인 나를 불러 감나라 배나라 하던 그 분의 말씀이 그 때는 참 하찮은 잔소리로 들렸다.

채운 과거에 메이지 말고 새로운 미래를 채우자

필자가 대리를 달고 
은퇴하시던 그 분을 보면서 그냥 막연히 부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얼마 전 그 분의 장녀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만난 그 분은 정말 얼굴이 좋아 보였다.

나중에 함께 일하던 OB멤버들만 따로 한잔 사주셨는데
여전히 일을 하신다고, 그냥 잠깐 쉬었을 뿐이라고 말씀하시는 그 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이란게 업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지리한 장마가 물러가자마자
온 몸을 푹 쪄내는 폭염을 주는 이 여름에

경쟁심 돋아 열심히 알찬 휴가를 즐기신 와중에도
다시 업무로 돌아오면 지긋지긋한 일상에 다시 쉴 궁리를 하기 보다는
이전 것은 비우고 새로운 도전의 마음으로 남은 올해 4개월을 달려보는 건 어떨까 싶다.

어차피 평생 일을 해야 한다면
머리 속에 계속 무거운 무언가를 채우기 보다는
적당히 덜어내야 덜 피로할 테니까 말이다.

쉼표를 잘 찍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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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21일에 우리는 전사 체육대회를 했다.
그리고, 체육대회보다 훨씬 더 중요한 비전을 선포했다.

남한강 물줄기를 옆으로 끼고
장기자랑 보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년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1년의 기억들을 되새김질? 해보고자 한다.

엉겁결에 엎질러진 물처럼 시작된 비전 수립

2012년. HR담당이 분리신설되면서 인사와 조직 업무의 지향점이 되는  
"핵심가치"의 부재가 이슈로 떠올랐다.

그 동안 기능적으로 진행되던 업무들을
"핵심가치"라는 지향점을 잣대로 목적있게 추진하고자 
본부장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였다.

그런데 추가사항 발생!
비전없이 핵심가치만 있다는 것은 앙꼬없는 찐빵과 같다고 
생각하신 CEO이하 임원들의 비전수립 요구가 발생했고
기세좋게 핵심가치를 추진하고자 했던 
HR담당은 얼떨결에 비전까지 추가해서 진행하게 되었다.

[STEP 1] 모두의 염원을 담은 비전 수립

그리하여 HR담당 내 비전 및 핵심가치TFT가 신설되었는데 
구성원은 인사팀장을 필두로, 인사팀 2명, 경영기획팀 2명으로 구성되었다.

1.1. CEO특명 : 비전을 위해 모두의 의견을 긁어 모아라

프로젝트는 총 5개월 일정이 잡혔는데
비전을 정하기 위한 프로젝트로서는 굉장히 긴 일정이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모두의 의견을 모아서 비전을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사무실 근무인원의 20% 정도는 한 번이상 TFT 사무실에서 워크샵을 진행해야 했다.

CEO 및 임원진 인터뷰와 별도로, 각 본부별로 1,2차에 걸쳐 비전 워크샵 일정을 잡고
1달 동안 구성원이 생각하는 우리의 비전과 미래상을 잡아내기 위한 워크샵을 진행했다.

때로는 성토의 장?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안드로메다를 논하기도 했던
워크샵을 4주에 걸쳐 진행하고 나니, TFT는 수많은 구성원들이 남기고 간 
수많은 키워드들의 조각들 속에 파무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1.2. 임원워크샵 : 고객의 행복을 디자인할래? 제안할래?

미친년 머릿속 같았던 키워드들을 일정한 카테고리별로 꾸역꾸역 엮어서 임원워크샵을 열었다.
나름 초이스?한 키워드들을 CEO와 임원 8명이 마음을 모아 결정하는 시간.

2개조로 나뉜 임원들은 "Global, Dream, 전문성, 새로운 사고, 고객 행복" 등의 키워드로
현재 비전statement의 원형을 만들었고, 2개조의 최종 의견은 거의 같았다.

다만, 고객의 행복을 디자인할 것인지, 제안할 것인지 문구만이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사실,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이 두 문구의 미묘한 차이가
프로젝트 막판까지 우리의 선택을 힘들게 했다...

1.3 비전 선포식 ('12.9.21)
막상 비전 선포식 날짜가 다가오고, 슬슬 프로젝트 결과물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TFT를 괴롭혔던 한가지 고민은 전 구성원들이 함께 외칠 구호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룹웨어를 통한 설문조사에 TF팀원들이 2개씩 아이디어를 내고 별거 별거 다 했지만,
덜컥 결정된 것은 인사팀징님이 아침에 출근하는 차 속에서 생각했다는 그것!

"건강한 인재! 통하는 회사! 네트웍스! 화이팅!"
아이디어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온다. 
책상 머리가 최선은 아닌 것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게 마지막 단추를 맞추고 나니, 비전 선포식이 개최되었다.
모든 행사 역량을 총동원한 총무팀의 노력으로 비전 선포식은 꽤나? 유쾌하게
진행되었고 실무자로서 한고개 넘었다는 생각에 긴장이 활 풀리는 하루였던 것로 기억된다. 

[STEP 2] 비전수립에서 조직문화로!

이제 비전 및 핵심가치 수립 프로젝트는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선포된 비전과 핵심가치가 일회성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가꾸고 내재화할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조직문화팀을 만들었다.

2.1 새로운 팀을 구성하라.
우선 팀을 만들려면 구성원들이 필요했다.
아직은 생소한 조직문화, 비전 및 핵심가치 내재화활동을 주업무 삼는 팀을 위해
지원할 구성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사내 JOP Posting을 진행하였다.

생소한 업무와 오랜만에 본 사내모집공고는
구성원에 따라 안타까움. 의구심, 약간의 흥분을 제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또 몇몇 사람들은 면접을 본 결과,
신규영입 1명, 지원부서 1명, 영업부서 1명, 마케팅부서 1명을 구성원의 조합을
맞췄다. 전담인원 4명으로 단촐한 팀을 꾸리게 되었다.

혹자는 한시적 조직이라 했고, 어떤 분은 한직(閑職)이라 했으나
일단 팀은 구성되었고 일을 시작되었다.

2.2 조직문화팀의 컨셉
어찌어찌하여 팀을 구성하고 모여보니 유부 4명으로 구성된 조직문화팀.
평균연령 36세, 평균체중 80kg이상, 선호메뉴는 남의 살(고기). 
예쁘고 정갈한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팀으로 보인다.

첫 미팅하고 얼마 안 지났는데 컨셉에 대한 결론은 빨리 나왔다.
어차피 타사처럼 우아하고 멋진 컨셉은 우리한테 무리다.
차라리 우리가 잘 하는 데로 한번 가보자.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보기로 했다.

배나오고 머리 좀 없고 두주불사의 팀원이 존재하는 팀 문화에 맞춰
철저하게 "B급 싼마이" 문화로 컨셉을 잡고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뿌락지"와 "찌라시"
저렴 촌티 컨셉으로 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보자고 했다.

2.3.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팀을 만들었는데,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려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동네 은어로 "광(光)"을 먼저 팔기 위해 몇가지 눈에 보이는 것을 
급박하게 해대기 시작했다.

아래 내용은 우리가 상반기 동안 광(光)판 내용이다.

* 제대로 나온 사진 보며 안구정화하고자 기획한 사원증 리뉴얼 - 제대로 보니 실망했다.
* 싼 맛에 준비했다 절반의 실패를 본 Welcome Set - 계산기 품질 저하.
* 직장인으로서 기본 매너를 지켜달라 고백한 똥글. 인품 캠페인 - 똥싸면서 마음 정화.
* 일단, 한번 모아보자고 시작한 통 콘서트 만빵행쇼 - 쏘주라면 대동단결.
* 책 쫌 읽는 교양있는 인간들이 되보자고 책 돌리는 CEO추천도서 - 책장으로 전면주차.

상반기에 팔 수 있는 광들을 뭔가 보여드리겠다는 열정으로
줄줄이 사탕으로 연타해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없었던 것들을 하는 것인지라,
우리 구성원들은 넓은 아량으로 격려해주는 분위기였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2.4. 드림 콘서트.2013

그리고, 조직문화팀 올해 최대 과업! 
조직문화팀 존재의 목적인 핵심가치 내재화를 위한 
전 구성원 교육 프로그램 "드림 콘서트.2013"

미팅도 하고, 사전테스트도 하고, 엄청 준비한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팀원 전체가 긴장모드.

1일차 아침에는 조금 일찍 기상한 일정과 
본부별로 섞어 앉은 자리배치로 인해 조금은 서먹한 분위기였다.

임원 오프닝 강연 때문에 완전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뒤에 앉은 운영진은 조마조마 초긴장 모드.

하지만.
역시 서먹함을 푸는 정답은 
술자리가 아닌 진솔한 수다였다.

1교시 트로트 오디세이 시작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개사곡을 만들자니
분위기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교육이라는 냄새를 지우고 
핵심가치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시작한 "드림 콘서트.2013"

좋은 기회였다고 말씀하신 분들도 계시고,
재즈공연을 즐기신 분들도 계시고,
좀 지루해 하셨던 분들도 계셨지만,

운영진에게 남겨진 것은,
이번 기회를 통해 확인한
구성원들 마음 속에 숨겨진 열정을
어떻게 조직의 에너지로 모을 것인지의 숙제이다.

우리에겐 서말이 넘는 영롱한 구슬이 있는데
보배를 만들려면 잘 꿰어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내년에도 더 좋은 기회로 구성원의 에너지를
모아보고자 한다.

[STEP 3] 눈뜨면 달려가고 싶은 회사 만들기

비전 선포 1주년.
우리의 회사 생활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가늠해 본다.

책상 위에 핵심가치 마우스패드, 파워포인트 템플릿, 그룹웨어 게시판이 언뜻 눈에 띈다.
회식마다 외쳐대는 비전 구호! Global Dream Company!
사장님이 공식석상에서 맨날 말씀하시는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

조금은 변한 것 같기도 하고, 
무늬만 가뀐거지 내면은 아직 그대로 일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도 이 조직의 일원이며
변화를 염원하는 우리 속에 내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나의 모두, 즉 우리에게,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며 
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어록으로 제언하고자 한다.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다. 다만 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

나와 우리의 현재의 하루 하루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 미래이다.
그래서 미래는 이미 여기에 있고, 우리의 비전도 여기에 존재한다.

다만, 아직 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미래인가, 아니면 아직 퍼지지 않고 남겨진 과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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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찌라시가 
최근 각계각층의 구독자들로부터 초심을 잃고 착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원래 찌라시의 정신은 "학습된 무기력화"를 부정하고 
현실을  비틀어 함께 웃어보자는 취지이다. 
회사에 해학과 풍자를 심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다른 하찮은 홍보책자들과 동일시되는 굴욕을 맞보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2014년 꽃피는 춘삼월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글을 내기로 맘 단디 묵었다.

그리고!
첫 주제로 얼마 전에 우리가 당했던? 경영진단을 소재삼아 "감시사회"에 대해 논해 보기로 한다.


1. 감시의 시작은 어디부터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우리는 고용인이다. 일하라고 고용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지주', 현대화된 말로 '고용주', '주주와 이해관계자'가 존재해왔다.

아주 예전에는 왕이나 제후들이 전쟁이라는 방식으로 권력을 차지하고 주민들을 고용해 재산을 증식했다.
하지만 현재는 자본와 시장이라는 다소 우회적인 사회프레임을 통해 권한을 행사한다.

제도나 사회가 복잡해지다보니, 주인이 신경쓰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졌다. 
그래서 관리체계를 만들고 고용인이 다른 고용인을 감시하기 위해 고용되는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시장의 이해관계자들도 회계법인이나 정부기관을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같은 감시방법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조선시대 "추노"처럼
도망과 추적을 반복하며 공진화(共進化 , coevolution)하고 있다.


2. 감시의 굴레. 한국사회

한국의 경우도 1998년과 2008년을 기점으로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기업과 직원의 관계는 확연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직과 구조조정이 자유로워지면서 신뢰와 평생직장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설화 정도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부터 정부도 구멍난 세수확보를 위해 기업을 뒤지기 시작하면서 고용주와 더불어 우리들을 졸라 괴롭히고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월급쟁이들까지 꼬리의 꼬리를 무는 감시사회가 강화되고 있다.

사는게 점점 팍팍해진다.


3. 우리의 사례

필자가 지난 달 현업에 진행된 그룹사 진단에 대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라는 표현은 좀 그렇고 넋두리라고 하는 편이 올바를 것이다.

그룹의 유일한 B2C사업과 신규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진단하러 오신 분들의 사전학습이 부족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기존업무에도 바쁜 직원들이 너무나 포괄적으로 요청하는 내용을 대응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사전에 준비를 좀 더 하고 왔으면 하는 불만들이 많았다.

필자는 생보사 자회사를 다니면서 금감원 진단 준비를 몇번 한적이 있는데 
보통은 1달에서 2주전까지 사전자료를 접수 후 학습하고 진단포인트를 선정하고 들어오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부분이 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당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거다. 
회사가 아무리 상품을 잘 만들었다 해도 고객 맘에 안들면 안팔리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다.


4. 감시는 불순한 감정을 생산한다.

진단원인을 직원들이 모른다는 점은 비인간적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그룹 중 가장 전년실적이 좋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진단의 목적도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줬어야 한다. 
그게 부족했다. 저인망식 진단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준비가 덜 되고 목적의 공유가 안되니 감정이 나왔다.
서로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 가장 손쉬운 방법은 권력이다. 
당하는 입장은 이름모를 죄인이 되고. 반대편은 가진 자의 불손과 오만이 엿보인다. 그게 사람이다.

그렇게 진행되는 진단결과는 감정이 실리고 결과가 좋을리 없다. 
정치적이 되기 쉽고 희생양을 찾아 이성을 잃기도 한다. 
우리의 사례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5. 우리에게 던져진 또 하나의 과제

이제 또 한 고비가 지나갔다. 
월급쟁이들이 다 그러하듯이 버티는 건 정말 잘 한다.
그냥 하루 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하지만 남은 게 있다. 잠시 닫혔을지 모를 우리 마음이다.

억지로 열어 풀어헤쳐진 곳은 더욱 자물쇠를 굳게 잠근다. 
소통은 줄어들고, 기반인 소통이 줄면 창의와 열정. 그리고 책임도 자연스레 감소한다.

떠나면 모르겠지만 남은 우리에게는 숙제가 남는다.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 열심히 해도 별거 없다는 인정. 
월급쟁이 일하는데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생각.

어쩌면 그 동안 마음 속 한 켠에 넣어두었던 복지부동의 옷을 다시 꺼내입는다.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앞에서는 봄이 왔노라 "신뢰와 소통"을 말하지만 

현실은 아직 겨울인 "감시사회라"는 프레임 속에서 일해야 한다.

망각의 동물인 인간이 다시 겨울외투인 복지부동을 벗고 
창의라는 살갗을 드러낼 수 있는 봄은 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언젠가 꽃피는 봄을 맞이하면
겨울 옷은 옷장 속에 넣어두고 다시 전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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