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 비전은 없다.라는 제목 아래 글을 적어왔습니다.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비전 체계도에 맞춰 맨 위 지붕격인 비전과 미션부터, 경영목표와 전략, 그리고 약간의 하부 단위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실무적인 논의를 적어보았습니다.

사실 남에게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그동안의 업무를 구성에 맞춰 정리한다는 면이 맞습니다.
그래서, 편당 약 30여분의 아침시간을 투여해서 고심이나 수정없이 블로그에 지껄였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소재로 생각하고 있던 기업문화로 마지막입니다.
현재 조직의 문화에 대한 업무를 하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직까지의 글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과거에 접했던 내용들을 적었기 때문에 비교적 편했습니다.
약간의 인식 왜곡이 있더라도, 그냥 내 생각 정리한다는 관점으로 별 고민없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현재의 일이기 때문에 실무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멀리 바라보는 내용으로
글을 정리하고 마치려고 합니다.

기업문화를 담당하는 사람이나 요구하는 의사결정자는 보통 기업문화 자체를 정의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를 바랍니다.
그게 명명백백하고 편하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향에 오너 혹은 경영진의 취향이 더해져서 기업문화르 정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기업문화를 생각의 키워드에서 꺼내 인공의 물질이나 향내로 조각하거나 감미하기를 원하죠.
환원론입니다. 실재를 바라보기 보다는 만들어내는 것이 명확하고 좋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공기나 동네의 정취는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껴야 하는 감성이니 원하는 방향으로 제시되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일전에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 나라 기업들은 전략과 문화, 혁신의 시류 편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칫 완벽한 이해 없이 일반론을 좇다가는 애매한 얼치기 문화에 빠쳐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업문화의 환원론 극복을 위해 
기업문화를 실재하는 것, 그러므로 부분이 아닌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정의가 필요함을 알아야 합니다. 현실 실재에 대한 정의 말이지요.
기업문화의 독단적 방향성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를 살피며, 문화는 상대적인 것, 그러므로 기업문화의 전략적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정의가 필요함을 알아야 합니다.

요컨대 우리가 기업문화를 정의내고자 함은 그것을 경영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함에 있지 기업문화의 학문적 정의를 탐구하는데 있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 올라가는 일'(경영의 효율적 뒷받침)이지 '사다리 그 차제'(기업문화의 정의)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사다리가 없으면 위로 올라가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겠죠. 한 층 올라갔다면 그 사다리를 걷어 다시 위층에 걸쳐
놓아야 할 테니까요. 그러므로 경영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정의, 즉, 방법론적 정의가 우리에게 필요한 기업문화의 정의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기업문화는 방법이자 수단이 되어야지, 그 자체가 신앙이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기업문화의 힘에 주목할 때, 우리 구성원들의 무의식이 의식에 미치는 힘과 같은 구조를 볼 수 있습니다.

기업문화와 경영전략과의 정합성에 주목할 때, 무의식이 의식적 생활과 부조화하면 치료가 필요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업문화를 '기업의 무의식'이라고 정의할 때, 지금까지 우리가 필요로 한,
그리고 앞으로 필요로 할 정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로서 말이죠.

기업의 무의식으로서 기업문화는 무의식처럼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습니다.

1.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그 기업의 문화 안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그에 따라 행동합니다.
2. 그러나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의식이 언제나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 것과 같이 모든 경영활동은기업문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3. 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업이라는 한 집단 안에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하게 해줍니다.
   의식 차원에서의 기억이 망각되어야(무의식으로 저장되어야) 한 개인이 살아갈 수 있듯이 말이죠.
4. 기원을 갖고 있습니다. 무의식에서 정신분열의 기원이 되는 유년기의 정신적 외상(예 :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이 잠재되어 있는 것과 같이 기업문화도 특정한 문화가 형성된 기원이 있습니다.

저는 기업문화를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업무를 실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공적인 실무이지만 감성적인 접근으로 조직 내에 스며 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스며들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구성원들간의 친밀감, 비공식적인 소통의 활성화, 다양한 회사 이벤트 활동, 좋은 복지혜택
이런 것들은 수단적 정의로서 기업문화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단적 정의의 기업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전략이나 비전과의 정합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구성원들은 원하기만 하는 복지포퓰리즘 같은 일반론에 빠져들게 되는 것입니다.

한 때 손학규씨가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정했던 "저녁이 있는 삶"이 아직도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지만
이 의미가 일반론적이라면, 우리의 비전을 달성하는 기업문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근자에 아주 좋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스톰벤처스의 남태희 매니징 디럭터가 뉴욕타임즈와 인터뷰한 기사인데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 당신은 수많은 다양한 기업문화를 접했는데, 문화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큰 차이를 가져오는가

 

- 내게 있어서 문화란 사람들이 위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일일이 지시를 받지 않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회사안에서 누가 승진되며, 누가 연봉을 올려받고, 누가 해고되는지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CEO는 우리 회사의 문화는 이런 것이라고 공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진정한 문화는 보상(compensation), 승진(promotions), 해고(terminations)에 의해 정의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회사내의 누가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관찰하면서 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회사내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회사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가를 보여주는 롤모델이 됩니다. 그리고 그러면서 회사의 문화가 형성됩니다.
만약 CEO가 회사의 비전선언문의 일부로서 기업문화가 어떤 것인지 공식화하고 그것이 회사의 (누가 보너스를 받고 승진하고 해고되는지에 기반한) 비공식적인 문화와 일관성을 가지고 합치된다면 최고의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공식적인 문화와 실제 비공식문화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회사조직내에는 혼란(chaos)이 발생합니다.

이 번역은 "에스테마의 인터넷이야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결국 아무리 높은 지향점이라도 그 과정이 일상화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겠죠.
비전이라는 높은 뜻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한 방향 정렬된 몰입의 일상이 필요할 것입니다.
비전은 짐 콜린스의 말대로 크고 높고 대담하고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으면 우리 회사에 비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랍니다.
연재블로그질을 마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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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저녁에 영화"위플래쉬"를 봤다.

약간 맛이 간 사람 둘이 나와서 서로 주먹질만 안 했지
2시간동안 싸움질하다 끝나는 영화더라.

다 보고 나서 상받기 딱 좋게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식 사고관이 들어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연주자라는 목표를 위해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미친듯이 열중하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최근 미국기업이 지향하는 문화가 생각났다.

회사에서 모든 것을 다 지원해 줄테니 너희는 일만 해라.
회사에서 놀게 해주고, 밥도 좋은 거 주고, 다 할테니 전심전력으로 일만 해라.

그리고, 이게 우리 나라에 도착한 후에 기존에 있던 내용들과 뒤섞이면서 이상하게 변한다.
한쪽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을 부르짖으면서 다른 쪽에서는 
전심전력을 다해 일하라고 사무공간을 졸라 멋지게 꾸미고, 군기강 잡듯이 회사기강을 잡겠단다.
이거 뭐 기업이라는 존재의 심리상태가 아주 복잡하다.
어제 발표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9년인가 도입된 주 5일제 이후 사람들이 더 피곤해졌다 느낀다고 한다. 내심 이해가 가는 부문이다.

주5일이라 집에서는 친구같은 아빠와 가족과 함께 하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야 되고, 울 마누라는 나보다 늦게 퇴근해도 집밥을 먹여야 한다는 수준높은 사명감으로 슈퍼우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회사에서도 복잡한 시류에 편승해야 되니 갈팡질팡 머리만 복잡하다.

더군다나, 요즘같은 시대의 복잡함을 다 따라가며, 그때 그때 대응하려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다.
요즘처럼 어수선한 시대에 유행하는 게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아닌가 싶다.

실무자로서 처음 기웃거리며 눈대중으로 봤던 게 2006년 정도 인것 같다.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주로 CFO출신 사장님이나 강력한 권한의 CFO가 주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CFO라는 전문인적인 직책이 말해주듯, 
불황기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고자 시나리오 경영을 이용해 플랜B를 만들고
논리구조를 바탕으로 매출이 빠지는 상황에서 이익 보전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선언한다.

아주 지극히 CFO다운 발상이라 하겠다.
하지만, 소위 외국계 기업 물들 지셨거나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좀 아시는 분이라면 범위가 좀 넓어진다.

전사관점에서 위험이라고 인식되는 부분을 모두 확인하고 이를 카테고리화하여 구분한다.
가장 쉬운 것으로 재무 위험 이외에 사옥이나 근무현장에 관련된 위험, 법률상의 위험, 영업계약 상대방과의 위험, 인재 이탈에 대한 위험, 물류센터의 위험, 매장 재고관리의 위험 등 여러가지를 구분한다.
그리고 카테고리 내부에 문제가 될만한 소지의 위험을 규정한 후 이를 대비한 위험요소별 시나리오를 구성하게 한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전사가 모든 리스크를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보통 중점관리대상을 정한다.

이런 일은 보통 경영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한다.
리스크 관리 주체는 현업에서 하지만, 지원 및 모니터링 업무는 경영관리부서에서 한다.
그리고 이를 조율하고 매뉴얼에 따라 의사결정하는 주체는 리스크 관리 위원회를 운영한다.
임원과 현업 리스크관리 담당자, 경영관리부서를 아우르는 협의체가 월별로
리스크 모니터링 협의회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시기에 등장하는 것이 우리 흔히 말하는 성과KPI와 비견될 만한 KRI다.
리스크 모니터링 보고서에 등장하는 신호등 표시의 주체로 중점관리 리스크 대상이
신호등 단계 표시를 이루는 원인과 이에 따른 향후 매뉴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신호등 표시의 전사 공유를 결정하는 협의체로 제법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요즘 컨트롤 타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리스크 관리 위원회가 회사에서는 
재난 위험의 컨트롤 타워라고 보면 된다. 

이쯤에서 생각하는 글이 하나 있는데, 경제 경영서 저자 중에 이남훈 선생이라는 분이 있다.
유명한 책으로는 공고피아 같은 것이 생각나는데, 내가 생각나는 글은 "걱정에 물들지 않은 연습"이라는 글이다. 
글이 제법 기니까 오늘의 내 의견을 이야기 하고 글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치겠다.

리스크관리나 시나리오 경영은 막연한 불안감이나 걱정을 지우기 위한 작업이다.
또다른 계획으로 걱정을 구체화하고 이를 도전으로 전환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정보의 과잉이지만, 멍청하고 막연하고 불안하다.
바다와 같은 정보에서 부유하고 길을 헤매는 무식쟁이 들이다.

리스크관리나 시나리오 경영은 어쩌면 현실감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이다.
걱정에 물들지 않는 연습이다.

계획은 뭔가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하는 힘

일반적으로 우리가 계획을 세울 때를 한번 떠올려 보자.
물론,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최대한 실현가능한 계획을 짤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즉. 나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또 하나의 계획, 플랜B를 동시에 짜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

플랜B를 잘 짜지 않는 상황에서 플랜C, 플랜D, 플랜E를 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가 세우는 계획들은 거의 한 가지 뿐이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황이 바뀌었을 때를 대비한 또 다른 계획을 짜지 않았다는 것이 불과하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하나의 계획만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절벽 사이를 넘어갈 때 
단 하나의 다리에 의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다.

앞에서 계획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이뤄내기 위한 것을 넘어
뭔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는 플랜A만 짤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변수를 대비한 또 다른 플랜B, 플랜C, 플랜D를 짤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플랜들을 준비해놓으면 비록 애초의 계획과는 달라질 수 있어도
계속적으로 변수에 대응하고 길을 수정하면서 점점 자신이 세운 애초의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

사업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바로 지그재그식 성공이라고 일컫는다.
상당수의 리더들은 완벽한 선택을 위해 시간을 끌거나 망설이지 않고 일단 결단력있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출발한다.
그들은 결코 자신의 생각이 곧바로 실현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방식은 늘 지그재그식이다.
비록, 남들이 볼 때는 계획이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수많은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궁극적으로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치열한 사업의 세계에서도 베테랑 경영자들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지그재그식 행보를 보이는데
일반인들이 단 하나의 계획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것이 되지 않았을 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포기하는 일은 만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계획에 대한 결정을 하기 보다는 최소 서너개의 변수에 대한 대안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던 재빠르게 대안을 마련할 수 있고 당황하거나 걱정하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하는 계획이라는 것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안되었을 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사전연습해보는 것이라고 말해야 더욱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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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속한 부서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가치관 경영을 지향하는 팀이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있던 부서는 일반적으로 기업가치 극대화를 지향하는 팀이었다.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순적인 팀인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다.

전자인 현재의 팀은 다소 형이상학적이고 장기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후자의 과거의 팀은 계량적이고  성과위주의 논의를 많이 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후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시장에서는 재화와 서비스만 파는 게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땅이나 아파트처럼 기업도
잘게 쪼개서 사고 팔더라. 그래서 오늘은 비상장법인의 시장가치 구하는 법을 좀 이야기 해볼까 한다.

왜 비상장법인이냐고? 상장법인은 시장주가 다 나와있는데 뭐하러 하냐
며느리도 모른다는 비상장법인의 시장가치를 알아보는게 나은 거 같아서 그냥 한다.

일단 비상장법인인 우리 회사의 기업 가치를 알고 싶다면,
동종업계의 시장가치를 먼저 알아보는게 순리다. 특히 이미 상장이 되어 있는 경쟁사가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벤치마킹 대상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장이냐 비상장이냐는 업체가 비슷한 상황일테니
국내 비상장법인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경쟁사도 비상장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외국에 있는 업체를 알아보는 경우도 많이 있다.

뭐 여하튼 내가 아닌 누군가가 있어야 나의 존재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기준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우리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발행주식수로 나누어 우리 회사의 적정 주가를 알아보는 방법이다.
회사의 실무자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고, Anual Report 2권 정도와 기업전략 보고서 정도, 그리고 반나절 정도의 엑셀질이면 보고 수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소위 DCF(현금흐름의 현재가지 할인)법이라고 말하는 이 방법의 핵심 Key는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이라고 말하는 WACC를 몇 퍼센트로 정하는지가 포인트다. 이 부분은 어차피 자기자본이던 타인자본이던 투자를 받아 돈을 빌리고 지급하는 이자비용의 이자율이기 때문에, 보통 이미 신용평가가 되어 있거나 외부기관에서 어느정도 나와있는 자료가 있다면 그걸 이용하는게 논란의 여지를 없앤다. 
괜히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시 산정하면 왜곡했다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렵다. 그만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핵심키워드가 되는 것이 이자율이라는 녀석이다.
다 돈이 돈을 부르는 프레임이 시장경제이기 때문이다.

DCF법을 이용하면 주로 EBITDA를 통해 영업현금흐름을 산정하는데, 이 때 논란이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매출성장이다. 뭐 어차피 영업이익율은 업계에서 빤하게 유지되는 공헌이익율이나 고정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히 뭘 한다고 나서지 않는다면, 그게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과거 3~5개년 매출 성장과 기업전략관련 자료를 토대로 한 5~10년 매출 성장율을 넣고, 더욱이
그 이후를 고든 모형을 산정하여 영구성장을 전제한다면 말이 많을 것이다. 영구성장을 0%라고 하더라도
명목성장과 실질성장 사이에서 감소하지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뭐, 매출이야 신도 모른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DCF법은 흔히 WACC, 즉 현재가치 할인을 얼마나 할 것인가에 대해 지속적인 논란의 여지를 만든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고자 등장하는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단 많이 쓰는 방법이 EBITDA Multiple이다. 아주 쉽게 퉁쳐서 이야기하면 영업현금흐름에 배수를 곱해서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매출을 비롯한 영업현금흐름의 증감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게열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물론 DCF법에서 말한 WACC처럼 핵심이 되는 Key가 존재하는데 그건 바로 Multiple(배수)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의 이슈다. 

실무적으로 보통은 경쟁사의 기업가치를 보고 우리 회사의 배수를 정한다.
경쟁사 하나로는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한 3~5개사의 정보가 필요하며,
우리 시장지위를 충분히 고려한 배수가 필요하다.

이 때 불안하거나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고 하면, 보조지표로 매출액 기반의 Sales Multiple을 참고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본질가치 평가를 통한 가치평가 이야기를 하고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하겠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자산의 가치와 수익의 가치의 교차점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다는 말이다.

자산가지는 자기가본에서 증자 등의 요인으로 투입되는 증가분과 무형자산 및 부실채권 등을 떨어낸 후
순자산가액을 가지고 주당 순자산가치를 만들어 낸다.
수익가치는 법인세를 뺀 나머지 이익을 기반으로 투자금액 대비 회수율인 자본환원율로 나눠 수익가치를 구한다. 

그리고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기업의 성격에 맞게 가중평균해서 기업의 본질가치를 구하면 된다.
결국 기업의 성격이 자산 기반의 기업인지, 수익이나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인지가 본질가치의 가중치를 가르는 것이다.

엑셀질을 글로만 설명하다보니, 잘 이해가 안 갈수도 있다.
내가 내 머리 정리하느라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거 하나 있다.
수치를 이용해서 졸라게 복잡하게 만들어내는 기업의 재무적 가치이지만, 결국 어떤 방식이건 키는 감(感)이라는 것이다.
겁나게 복잡한 듯 하지만, 장님 지팡이로 앞길을 예측하듯, 명망있는 대외기관의 이자율이나 신용도, 그리고 다른 기업 연차보고서의 배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계량화해서 나타내면 다 진리이고 사실인 것 같지만, 다시 한꺼풀 벗겨내면 다 감이고 촉이다. 웃픈 일이다.
주식시장이며, 부동산시장이며 투자는 다 마찬가지다. 과학적인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모두 사람의 생각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기업가치 또한 며느리도 모르는 것이 된다. 소문과 시류에 맞춰 다 돈 놓고 돈 먹는 일을 뿐이다.

우리가 사는 오늘이 그래서 가치관 경영과 직업관이 더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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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주 첫글은 비상장기업의 가치산정에 대한 내용을 쓰고 싶었다.

근데 워낙 오랜 전에 엑셀질 한번 해본 이후 요즘 들어 작성해본 일이 없어 어디서부터 어찌 적어야 할 지 정리가 좀 필요하다. 그래서 그냥 사람에 대한 글을 적어볼까 한다.

내가 그래도 조직문화팀원인데 조직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잭 웰치 할배를 등장시키기로 했다. GE 말이다.

한 때 미국과 우리 나라를 휩쓴 GE의 조직문화 메트릭스를 살펴보자.
편의상 Y축을 성과로 보고 X축을 조직문화로 놓은 다음 2*2메트릭스를 그리자.

그럼 이런 식으로 구분이 되겠지.
1사분면 : 고성과자이며, 조직문화와 잘 맞는 사람
2사분면 : 고성과자이지만, 조직문화와 잘 맞지 않는 사람
3사분면 : 저성과자이며, 조직문화와 잘 맞지 않은 사람
4사분면 : 저성과자이지만, 조직문화와 잘 맞는 사람

여기서 잘 맞는 사람은 조직문화의 방향성과 부합하며, 관심과 참여가 지속되는 사람이라고 정하겠다.

GE는 이 사사분면의 각 사람에 대해 어떤 방식을 취했을까
매우 단편적이고 간략하게만 글을 쓰는 내 방식에 따라 정리해보겠다.

1사분면(고성과자/잘 맞는 사람) : 조직에 필요하다. 더 할 나위 없다.
3사분면(저성과자/잘 맞는 사람) : 조직에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부진은 격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 면담 등을 통해 좀 더 성과를 낼 수 있는 부서로 조직이동, 지속적인 역량 개발, 팀원들과의 관계 개선 등의 지원조치가 고성과자로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한다.
4사분면(저성과자/안 맞는 사람) : 저성과자이며,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이야기꺼리는 2사분면이다.
고성과자이지만, 조직문화에 잘 맞지 않는 사람 말이다.

당신같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GE와 우리의 잭 할배는 물론 독려를 통해 조직문화에 부합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지원도 필요하지만,
잘 안 될 경우, 조직에서 과감하게 비켜나 줄 것을 권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경우를 들으면, 현실의 대부분은 그래서야 되겠냐는 식의 발언과 어떻게 해도 일만 잘 하면 된다는 식의 입장, 그리고 일단 우려먹고 내보내자는 타협적인 생각들이 지배할 것이다.

이는 우리 현실이 조직문화와 전략, 더 크게는 비전을 실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대라는 반증이다.
단명하는 CEO와 경영진, 그리고 리스크 회피하는 관리자들은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 관점을 좀 바꿔보자.

에전에 모시던 경영진 중 사업본부장님이지만 HR분야에서 잔뼈가 굵으신 분이 계셨다.
그 분은 매년 연말만 되면 입버릇처럼 인사이동 발령의 배경으로 하시던 말씀이 있으셨다.

-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어딨냐. 안 맞는 곳에 사용하는 우리가 잘못이지

그 당시에는 노조원의 입장에서 막연히 되게 멋있어 보였다.
그래 맞아, 잘만 데려다 놓으면 다 쓸모가 있는 법이지 말이야, 하는 생각이 늘 있었다.
더군다나, 우리 김성근 감독님께서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지 않으셨나.
모두를 쓸모있는 곳에서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게 최선인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들여다 보면 이건 리더의 생각이어야 한다.
그리고 굉장히 오래된 관습과 같은 생각으로 보인다.

일단 난 리더가 아니다. 그러니 구성원 모두가 마지막까지 함께 하도록 한다는 생각은 좀 오버다.
난 구성원이다. 내가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게 맞다.

리더에게서 과거 엄마의 모습을 투영하던 시대도 지났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직장 생활하던 시대는 없다.
돌아서면 남이라는 생각으로 직장 생활하는 게 올바른 판단일수 있다.

리더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남아있는 리더의 모습이 변해야 한다고 본다.

현실적인 리더의 모습이나 지속가능한 기업의 구성원들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를 얼마전에 봤다.
김혜수, 김고은이 주연한 영화 "차이나타운"이다.

가업을 유지하기 위해 지독하게 몰아세우며, 냉소적인 방식으로 자식을 키워내는 엄마의 모습은
과거 우리가 전통적인 개념으로 가지고 있던 엄마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잘 되라고 몰아세우는 훈육관의 모습과도 좀 차이가 있다.
자기를 희생해 새로운 리더를 세우는 느낌의 영화는 좀 새롭다.

김혜수가 자기 양엄마를 살해했듯이, 김고은도 양엄마인 김혜수를 살해하며,
가업을 지켜내는 모멘텀의 순간은 가슴 아프지만 기억에 많이 남았다.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방법은
성과실적이나 우리의 룰을 유지하는 조직문화 두 가지 관점에서 단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어야 할지 모른다.

그 질문은 영화"차이나타운"이 던져준다.

"증명해봐. 니가 얼마나 쓸모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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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소셜커머스를 자주 이용한다.

물건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배송이 정말 빠르다.

왠만한 인터넷 쇼핑몰은 명함도 못 내민다.


소셜커머스도 이제 슬슬 시장 내 플레이어 들 사이에 격차가 나기 시작한 것 같다.

매일 매일 상품DB 업데이트 하는 것도 바쁠텐데, 배송까지 전쟁이니

그야말로 유통의 격전지가 아닐 수 없다.


소셜커머스도 요즘 한 업체가 물류에서 이슈를 일으키며 세간에 말들이 많다.

나도 그 서비스를 몇 번 이용해봤는데 업자 입장에서 보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편리하다.

오히려 배송기사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정도의 서비스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물류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물류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시장 플레이어라는 생각에 절로 박수가 나온다.


물류는 물동이라고도 하는데 물건이 문제없이 지속적으로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접하게 되면 경제학원론 책 맨 처음에서 맞닫뜨리는

FLOW와 STOCK의 개념을 정말 확실하게 인지하는 시장 사업자가 아닐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은 재고이슈와 더불어 물류에서 필요한 것은 커다란 물류센터라고 생각하고 있고

업계에서 허브물류센터가 존재하고 서브들이 균형을 이루는 일종의 거대한 선단 같은 구조를 생각한다.


물류는 그 단어 그대로 잘 흐르는 것에 촛점을 맞춰야지 쌓아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물류는 창고를 만들지 않고 소비자가 선택하는 즉시 제조부터 배송까지가 이루어지는 것이 극단적으로 최고의 물류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규모의 경제는 고정관념이 인식된 현재의 의사결정자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겐 거대한 물류센터와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물류투자설비가 필요한 것이다.


SPA업체 중 ZARA가 매장 판매 데이터를 보면서 제조와 DHL배송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장안에 소문이 자자한데, 세상 모든 것이 꿈보다 해몽이라고 어느 정도까지 깊은 숙고와 고민을 가지고 운영되는 프로세스인지는 정말 까보고 싶다.


사실 물류센터는 건물이나 투자설비, 도로사정보다 중요한 것이 프로세스설계라고 본다.

물류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을 잘 쌓는 것보다, 얼마나 물건을 빠르게 입하, 분류, 입고하는 것, 고객에게 원하는 시간에 배송하기 위해 물류센터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출고, 출하하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거대한 공간과 효율적인 적재를 가지고 있는 물류센터라 하더라도,

상하차가 원활하지 못하고 하루 2번 정도의 출하로 배송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건 물류팀의 자랑일 뿐이지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되지 못한다.


그만큼 요즘 물류의 중요성은 물류허브가 아니라 점단위, 혹은 거점 단위를 세분화하여 얼마나 고객에게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요즘 물류는 간혹 대리점이나 직영유통망을 지역거점으로 활용하고 지역거점물류에서 고객에게 배송하는 스타일로 많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 트랜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거점에서 고객에게 접근하는 요인은 쿠팡처럼 직영 배송기사를 채용하여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쉽게 격차를 벌이기 어려운 요인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물류서비스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한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경쟁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거대한 강물처럼 흐르던 물류를 물류센터라는 댐이나 보로 가두다 보니,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상황이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핸 차별화 요인으로 지류들을 다양하게 만들지 않으면 정작 고객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을 알고 변화하게 된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물류서비스 시장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 창고에서 벗어나 최첨단으로 거듭난 물류가 늘상 함께 해온 동지가 있으니 그건 바로 전산시스템이다.

재고의 추적, 실재고와 전산재고의 일치, 매장 내 로케이션 등 실물유통이 금융유통과 함께 기업의 정맥과 동맥 같은 역할을 하면서 회계시스템 못지 않게 물류시스템도 각광받는 투자분야가 되었다.


더욱이, 이제 O2O서비스모형 같은 것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실물진열의 위치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상용화가 멀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현실의 반대편에서는 물류센터 입출하시 아직도 많은 인원들이 바코드 스캐너를 손에 쥐고 하나 하나의 상품을 찍어대고 있으며, 물류재고 오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휴먼 에러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공간 한 쪽 뒤퉁이에 세워놓은 재고더미를 찍었는지 안 찍었는지, 이중으로 찍고 다음날 재고 안 맞으면 멀쩡한 진열 재고를 센터로 내보내고 다음 날 Backyard 정리하다 재고를 찾아 다시 정리하는 웃지 못할 일들을 우리는 실제 업무에서 심심치 않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물류센터의 완전 전산화를 이룬 기업은 아무도 없다. 


그게 그 돈을 쳐들이고 만들어낸  물류센터와 시스템의 현주소다.

한 쪽에서는 400억 짜리 물류센터 공사를 완료하고 이제는 완벽하다 선언했는데

반대쪽에서는 바코드 스캐너 2번 찍거나, 대충 찍어보니 안 찍힌다고 판매가격 수동입력란에 바코드 입력하고 상품코드 입력란에 가격정보 쳐넣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물류는 프로세스로 해결해야지, 설비투자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관점은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물류 프로세스 전문가는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물류 컨설팅 해주는 인간들은 내가 아는 한 거의 모두 센터 설비 팔아먹은 장사치다.

그들에게 뭘 기대하기는 어렵다. 매장이나 우리 운영의 문제는 쳐다보지도 않고 물류팀과 물류센터의 흐름만 만족시키는 프로세스만 디자인한다.


쿠팡이 잘 하는게 물류를 서비스화 했다는 점이다.

직영 직원으로 채용하고 서비스 매뉴얼 같은 것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배송기사가 바뀌어도 서비스 품질이 균질하다. 온라인 채널의 고객접점을 확실하기 파악하고 차별화한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 있는 접근이다.


이제 물류도 서비스의 시대로 관점 전환이 확실하게 이루어질 것 같다.

물류서비스이 이원화가 분명하다. 콜센터가 지원단이라면 고객접점은 배송기사다. 

물류센터의 첨단화 시대는 이제 지나가고 있어 보인다.


우리는 대한민국이고 국토의 면적이 좁으며, 대면서비스를 좋아라 하는 민족이다.

아마존처럼 드론으로 배송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리는 게 좋다. 차라리 자포스 쪽을 선택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물류서비스 시대를 맞이하는 관점에서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배송기사도 감정 노동자가 된 시대에 그들에게 품격을 더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배송기사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는데, 다음 번에는 우리 직원에 대한 이야기를 좀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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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데이터 기반의 고객 이야기를 했다.

그 분야는 내가 가진 지식이 별로 많지 않아 차별화된 글이 아니었다.


그리고, 오늘은 오프라인 매장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오프라인 매장이라 해도 아는 실무상의 경험은 한정적이다.


내 글의 경우, 비교적 실무적인 경험을 글의 소재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빈 틈도 꽤나 많다. 이 부분은 몇 안되게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시작해보자.


일단 나는 매장 개설 담당 실무자는 아니다. 내 포지셔닝은 언제나 검토 심사 실무자다.

그래서 먼저, 개설 담당자가 매장 후보지를 물어보면 어떤 방식으로 검토하는 지를 협의한다.


이때, 회사 내에 표준적인 매장 개설 프로세스와 검토 기준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아마

그렇지 못한 회사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매장 오픈 검토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

적으로 한 꼭지 하고 글을 마치려 한다.


영업자가 매장 후보지를 물어올 때 먼저 생각을 하고 오는 포인트는 거의 2가지다.


상권 하고, 주변 임차료(임차보증금+월임차료)를 가지고 이 가게를 얻으면 수익이 날지 안 날 지

를 판단해서 가지고 온다.


신도시에 최초 입주하는 상권이나, 외곽의 오픈하는 멀티 유통 아웃렛의 경우는

2가지 이유 이외에 여러 가지 이유가 공존하겠지만, 일단 기본적인 요소는 그렇다.


매출 목표 검토


일단 영업자가 들고 온 2가지 요소 중 임차료 부분은 우리가 초반에 검토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나중에 손익 챙겨보고 NEGO를 요청해도 늦지 않다.(물론, 실무자는 힘들어하겠지만...)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검토 포인트는 매출 목표의 정합성이다.

내가 실무 경험자로서 생각하는 매출 목표 검토 포인트는

1) 윗 사람들 설득할만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2) 산출근거가 얼마나 신뢰를 가지고 있는

가 이다.


매출이 정확해야 하는 거 아니냐도 묻는 사람들 있겠지만

매출 목표 산정의 정확성은 아마 며느리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매출 산정에 주로 사용했던 방법은 3가지다.


1. 유동인구에 의한 매출 추정 (예상 입장 고객 수 * 입장 구매율 * 객단가)

1) 먼저 후보지 주변에 집객시설, 후보 건물이나 후보 건물이 신축 중일 때는 양 옆 건물, 앞 건물의 일평균 이용객수를 산정한다.

이 때, 데이터 없으면 알바 써서 한 5~10회 정도 찍어라. 그 돈 없으면 그 동네 입점 업체에서 좀 얻어라.

2) 건물 입장 고객 수 대비 구매율은 이미 입점한 업체가 있으면 데이터를 얻기가 좋은데, 없을 경우는

통상 비슷한 상권 내 우리 매장의 데이터를 이용한다.

필자의 경우 입장 구매율을 주중은 2%, 주말은 3%로 수준으로 산정했다.

3) 객단가는 경쟁 매장보다는 우리 매장 이용고객의 객단가가 중요하며, 동일 수준의 상권이면 좋다.


유동인구의 매출 추정은 반드시 주중과 주말을 구분해서 산출하고, 이렇게 일 매출을 추정한 다음

영업일수에 맞춰 한 달 매출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연매출을 산정한다.


장점은 주변 시설에 대한 특성화가 잘 반영될 수 있지만, 입점 후보지의 면적이나 상태, 그리고

우리 매장만의 차별화 요인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2. 평효율 방식(비교점 평효율 * 후보지 영업면적)

1) 입점 후보 매장과 최대한 비슷한 입지와 면적의 매장을 2곳 정도 선택하여 그 점의 초기년도 매출을

확인한다. 그리고 평당 매출로 전환한다.

2) 후보지의 영업면적을 평당 매출에 곱해서 예상 매출액을 산정한다.


장점은 시장에서 발휘되는 우리 매장의 능력치를 반영하지만, 경쟁 시장 와 입지 반영은 떨어진다.



3. 내점률 방식(예상 상권 내 인구수 * 예상 내점률 * 객단가)

내점률 방식이 매출 산정이 가장 어려운데, 주로 베드 타운이나 주변 택지가 발달한 곳에서 활용

된다.

1) 일단 예상 상권 거주자가 우리 전체 매출의 몇 %를 차지할 것인가를 정한 후

지역상권에서 거리를 측정, 해당 인구수와 내점률을 곱하면 예상 내점률이 나온다.

예를 들면, 매장 주변 500M~5KM까지를 500M 단위로 구분하여 내점률을 산정한다.

이 때 회원은 비회원과 구분하여 내점률을 산정하기도 한다. 500M는 회원 7%, 비회원 3% 수준

5KM라면 회원 1.5%, 비회원 0.5% 정도의 내점률을 산정한다.

2) 산정된 내점률에 객단가를 곱해서 매출액을 산정한다.


작성하고 나니 내점율보 다는 구매율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듯 하다. 하지만 그냥 간다. 귀찮다.



매출 산정의 적정성 검토는 위의 3가지 방법 중 적어도 2가지 방법 이상을 사용하며, 필요한 경우 평균치를 가지고 검토 의견을 제출한다.

오픈 담당자가 들고 온 매출 산정치 와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검토 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성이 아니라 논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확성으로 승부를 보자면 우리는 비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해서 밥벌이하는 사람은 감이 아니라 철저하게 논리에 몰입해야 한다.



매출 검토를 진행하고 나면, 손익이나 투자 관련 내용은 자연스레 따라 나온다.

계약 관련 검토는 법무담당자와 협의해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그런 것은 케이

스마다 다르기 때문에 글로 안내하기도 어렵다.


다만 검토담당자는 사업타당성을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NPV, IRR에서 결론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이다.


운전 자본 검토


쉽게 말하면 돈이 묶이는 정도를 확인해야 투자 현금회수가 언제 끝나는 지를 알 수 있다.


운전자본은 매입채무가 많을수록, 재고와 매출채권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들어갈 돈을 늦게 줄수록, 받을 돈을 빨리 받을수록 유리하단 이야기다.


1. 매출채권

1) 매출채권은 매장별 연간 외상매출금 잔액을 확인한다.

2) 필요하다면, 신용카드 매출이나 받을 어음 잔액도 확인해야 한다.

3) 그리고 동일 기간의 매장 연간 매출을 매출채권의 합산(외상매출금, 신용카드, 받을 어음 등)

으로 나눈다.

4) 연간단위니 이를 365일로 나누면 매출채권 회수 기간일이 얼마나되는지 알 수 있다.

만약 회수 기간이 7일이라면 7일/365일은 2% 정도가 되고, 연간 매출액의 2%는 늘 매출채권으로

달고 가는 수준으로 보면 된다.


2. 재고추정

1) 우리 매장의 연간 재고자산을 확인한다.

2) 우리 매장의 연간 매출액으로 나눈다.

3) 재고자산회전기간을 매출채권 회수기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구한다.

4) 신규점의 매출 목표에 곱하면 재고잔액과 연도별 재고금액의 증가도 예상할 수 있다.



3. 매입채무추정

1) 연간 매입채무 잔액을 확인한다.

2) 연간 매입금액을 확인하고 이를 매입채무 잔액으로 나누면 매입채무 지급기간이 나온다.

3) 매출액과 연계하면 입점 후보지의 예상 매입채무 변동을 알 수 있다.


이게 사실 별거 아닌데 왜 검토하느냐 하면

현금흐름회수의 문제도 있지만, 검토 과정에서 우리가 매장에 투여할 재고투자와 운전자본에 대한

기준점을 확실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 오픈 후 매출이 생각보다 안 나올 때 재고자산이 지속적으로 예측매출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재고를 줄일 필요가 있고, 이는 공간 활용 이슈를 불러올 수도 있다.


매출채권이 우리의 기준점보다 많이 달려서 지속되는 경우는

문제 발생 소지가 있음을 알려주는 사전 신호로 파악될 수 있다.


우리가 매장을 철수할 때 재무적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검토의 기준점을 제공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차피, 회사에서 나와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이다.


의사결정은 경영진이 하는 것이지만,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검토해서 지원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수준과 충실도가 요구된다.

영업이나 스페셜리스트 입장에서는 복잡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절차라고 하겠지만, 경영진의 실수와 오판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면 필요악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 우리다.


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검토 의견에 의도가 반영되는 것이다. 우리는 객과적으로 검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지, 의도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의도는 정치다. 사무직 중에 사내 정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사결정 지원 의견은 논리로 접근

해야지 의도로 접근하면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사고가 의도 안에 갇혀서 사무직 생활을 오래하면, 논리를 잊어 버리게 된다.

어떤 사안이던 의도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점점 강해진다. 사내 정치가가 돼버리거나, 줄을 선 것

이다.


정치의 소망은 집권이다. 그게 국가 정치든, 사내정치든 마찬가지다.

집권에 실패하면 물러나야 된다. 의사결정 지원은 정치와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


제발 그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슬픈 게 우리다.


오늘 생각보다 기술적인 내용 몇 가지고 글을 썼다.

적고 보니 표 하나 없이 서술로 기술을 설명한 것 같아 불편하다.


매장에 대한 지엽적인 주제를 잡은 것이 흠이다.

좀 더 큰 주제를 얼른 잡아야 되겠다.


그래서 내일은 물류와 전산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별 일 없으면 내일 또 한 꼭지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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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재무관점의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고객관점에서 글을 풀어보려 한다.

 

입사 초짜 신입사원 시절, 옆에 대각선에 앉아 일하는 곧 과장님께서

연말에 조직도를 하나 들고 나한테 자랑스럽게 오셨다.

 

그러더니, 이게 우리 회사 조직도 라며 보여주시면서 이상한 점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라고 하신다.

 

순간적으로 '이 사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찾아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데 나한테 뭘 찾으라는 거야

오탈자 하나 없는 깨끗한 조직도에서 무얼 찾으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 양반.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조직도의 가장 중앙 상단 박스와 제일 밑 박스를 연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왜 이래?. 뭐라는 거야' 속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일반적인 회사는 조직도 가장 상단에 CEO가 있고, 고객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지."

"하지만, 우리 회사는 고객이 가장 상단에 있고, CEO가 가장 밑에 있어."

"그게 우리 직원들이 조직도를 보면서 고객이 가장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일종의 이미지 장치야."

"의미 있지. 내가 만든 거야. 놀랍지?"

 

'.... 사장님이 시킨 거 다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욕망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참았다.

 

고객이 상단인 조직도를 보면

가장 하단의 CEO를 중심으로 뿌리부터 올라가는 조직도를 만들기 때문에 채널별 본부조직을 운영했던 당시 회사는 어떤 채널로 고객에게 접근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그만큼 고객에게 다가가는 조직의 접점이 어떤 방식인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고객 마케팅 전략문서는 STP전략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전 선배들이 쓰던 문서에서 마케팅 부분 TOOL로 가장 많이 본 것이 STP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STP보다는 CPC를 이용한 문서가 기업전략을 만드는데 좀 더 유용하지 않나 싶다.

이전 회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전략이 '구라'라면 좀 더 포괄적이면서도 전반으로 아우르는 논리 구성에는 STP보다는 CPC가 적당해 보인다.

 

이유는 STP는 시장을 세분화하고 고객을 타킷팅해서 포지셔닝한다는 이야기인데, 사업에 상품이 여러 개라면 포지셔닝에 따라 하나의 메트릭스 장표 안에 자사의 여러 취급 상품을 우겨넣는 문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도 몰입도가 분산되는 역효과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보고자인 상사가 원하지 않으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반면, CPC는 이미 정의 내린 고객의 분류에 맞춰 자사의 적절한 상품군을 분류하고 이를 적절한 채널에 엮어내는 프레임이다.

일단, 첫번째 고객의 분류도 단순한 인구통계학적인 분류를 넘어서 약간의 양념을 더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냥 20대 여성이 아니라, 20대에 금융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무직 미혼 여성, 40대 남성에서 더 나아가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키덜트족 40대 남성,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이미지화된 고객 분류가 가능하다.(물론, 이 작업도 사전 데이터 추출을 통한 노다가 와 정리는 필요하다.)

 

이런 식의 문장으로 정의하면 보고받는 분들이 초장부터 문서에서 사고의 제한으로 받기 때문에

문서 설명에 들어가면서 보고자인 내가 원하는 전쟁터로 상대방으로 끌어들이고 시작할 수가 있다.

 

그런 다음, 우리 상품이 디자인과 출시될 때 주로 타킷팅한 고객군에 매칭시키고, 이를 어떤 채널에서

팔아재낄 것인지, 과거 동일 기간의 매출 데이터를 긁어모아 연결해서 적절한 유통구조와 상품군을 타깃팅한 고객에게 매칭하는 구조로 보고한다.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다.

 

CPC를 사용하면, 다음 따라와야 하는 게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유혹하는 판촉에 대한 내용이다.

 

요즘 하도 많이 빅데이터 이야기를 하니 나도 하나 더 들고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하겠다.

 

채널이 워낙 많아지니, 매장 직원들 이외에도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온라인이다 모바일이다. 데이터 베이스를 뒤적거려야 할 일들이 늘었다.

 

B2C의 데이터 베이스는 기본적으로 3가지의 연결이다.

첫번째는 상품DB, 고객DB, 그리고 그 연결인 매출데이터(트랜젝션 데이터)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에서 세는 바가지는 생각도 못하고 고객DB를 모으고 사고파느라 난리인데

고객DB만큼,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상품DB이다.

 

상품의 키워드 뿐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특징까지 가지고 있는 RDB가 존재해야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에게 실망하고 떠나갈 수 있지만

남아 있는 건 상품이고, 고객이 우리의 어떤 상품에 실망하고 경쟁사의 더 좋은 대체품을 찾아 떠났는지 알려면

단절 상품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이후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채널은

고객과 비슷한 분류의 고객군이 과거 구매했던 상품을 지속적으로 추천한다.

그리고, 신규 상품 중 과거 구매 상품과 같은 특성을 지닌 상품을 타깃 고객군에게 추천한다.

 

이거 내가 실험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맞는다.

자사 상품 판매가 아닌 위탁형태의 유통업으로 보면  3,4할 정도 수준까지는 올라 붙을 수 있다.

상품의 종류가 많은데 그 정도라면 DB 투자비용이 얼마냐가 문제겠지만 할만한 사항이다.

 

여하튼 요즘처럼 상품이 다양한 공급 과잉 시대에는

고객이 탐색하기 전에 이미 눈에 띄는 적합한 상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보가 바다처럼 많다는 것은

이미 정보를 가진 고객은 누구보다 영리하게 만들지만

정보 비대칭 상태의 고객은 완전 호갱으로 만들어버리는 맹점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 내가 고객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니 더 이상 깊게는 못 간다.

난 그저 문서 만들고 월급받는 남자사람일 뿐이다.

 

몇 번 만들다 보니 이전에 만들었던 내용과 약간의 팁으로 주저리는 것이고

더 나은 전문가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 일 무엇을 하든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일이 가장 힘들고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을 어디 한낮 미물인 컴퓨터가 완벽하게 수행하며, 돈으로만 쳐바를 수 있겠는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사람의 마음 아닌가 한다.

 

그래서 고객을 분류하고 DB화 하는 것 말고 매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번에는 좀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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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주일 동안 교육받으러 들어가기 전까지 

이번 주는 폼 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처음부터 써온 글을 보니

5번째 글까지 비전 프레임에 맞춰서 글을 쓰고 있더라.

 

비전, 미션, 경영목표 이런 것 말이다.

그래서 그냥 이번 글은 '전략에 대한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 볼까 한다.

 

사실 난 2000년대에는 엑셀질 꽤나 했던 것 같은데,

알고 세운 기업전략은 없었다.

 

이유는 알고 보니 그게 전략이 아니라 목표수치였기 때문에 그렇다.

 

나름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인력과 인건비, 소위 CAPEX라 불리는 투자설비금액,

구매와 재고, 그리고 손익을 아우른 후에 얻게 되는 EBITDA.

이를 기반으로 DCF법을 이용한 현금흐름과 IRR, NPV Ratio는 재무전략의 풀 프레임이며 이런 것이 바로 사업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사업 전략들을 자본 투자와 연결하여 회사 전체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기업 전략의 결정판이라고 단연했다.

 

완전 바보 멍청이였다.

알고 보니 이건 그냥 거대한 목표 수치일 뿐이었다.

 

완전 구라 를 위한 실무자들의 시나리오이자, 한 마디 거짓말이 완벽함을 얻기 위해 백업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논리 정연하게 잘 만든 수치도

결정계수나 그래프가 아름답지 못하면 조정해야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예를 들면, J 커브를 완벽하게 이뤄야 그림이 잘 나오는데

실무자가 논리적으로 구성하여 CAPEX를 넣다 보면 그래프가 안 예쁠 경우,

아름다운 그래프 전개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일정을 조정한다.

 

이 경우는 약과다.

심지어는 인력이 들어가야 신규사업을 하는데

기업전략단계에서 결정계수 논리전개가 어렵고 복잡해진다는 이유만으로,

신규사업은 있는데 인력이 없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그냥 웃자.

 

어차피, 의사결정 하시는 분들은 세부 데이터는 자세히 보시지 않으니

경험 많은 실무자의 능력은 절대 보이지 않게 데이터를 조정하면서 결정계수와 그래프를 아름답게 만들어내는가가 관건이다.

 

이러다 보니, 기업전략은 보고를 위한 수치의 나열이고

전략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매년 전략 수치를 수정하게 되며, J커브의 우측 이동 생명연장을 무리하게 시도한다.

노후 원전설비의 재사용 승인을 위한 보고서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까지가 기업재무에 대한 개괄적인 소견이다.

 


두서없이 재무목표와 헷갈리는 요즘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보니,

이제는 기업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자 한다.

 

비전과 경영목표 이후,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거의 대부분의 전략담당부서는 진단을 먼저 하려고 한다.

구도를 잡는 차원에서 현재(AS-IS)가 나와야 미래(TO-BE) 상정을 위한 논리 구조 전개가 쉽기 때문이다.

 

진단 결과를 가지고 현재의 약점이라고 구성원들이 정의 내린 부분에 대한 보완

혹은 선택을 논리전개의 시발점으로 삼는다.


이 때 전략팀장이 소위 말하는 타짜 정도의 경험자라면

이미 진단보고를 경영진에게 진행하면서

머리 속에 정치적 논리를 포괄하는 결론도 세팅한다

하지만 결코 자기 머리 밖으로 결론을 말하지는 않는다.

 

진단 결과 약점과 강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드러나면

각각의 진단점을 적절한 경영학 툴(TOOL)에다 얹어 넣고 이를 전략팀장이 경영진에게 보고를 하면서그 보고를 받고 의견을 표하는 각 경영진의 포지셔닝을 잡아낸다.

(이 때 보고서에는 시중에 나와있는 전략 책에 나오는 그림을 목차대로 파악하고, 이를 적절하게 베껴 넣어야 보는 사람이 좋아한다. 더불어 전략팀장의 논리는 살아있어야 하니 그게 기술이다.)

 

전략팀장의 수읽기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물론, 사장님은 진단보고를 듣기만 할 것이고, 피드백이라 봐야 원론적인 독려 내지는 책에 나오는 개선방향에 대한 맥없는 이야기다. 본심은 숨기시기 일쑤다.

 

기존 수익본부장은 보나마나 신규사업 지원을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며, 기존사업의 신규사업화가 중요하고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를 주렁주렁 해댈 것이 분명하다.

가진 자의 미덕은 간데없고 회사 내 모든 사업을 기존 수익사업 안으로 흡수 합병할 기세다.

남이 하면 못하고 내가 하면 잘 한다는 고정관념이 확고하다. 다들 열정적인 게 장점이다.

 

신규사업본부장은 십중팔구 돈을 못 버는 이유가 회사가 신규사업을 벌리기만 하고 지원을 제대로 못해서우리 부서 직원들이 사기가 엉망이며, 도대체 일을 하라고 사업을 시킨 건지 아예 접으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으로 일관할 것이다. 대부분 스페셜리스트라 생각한다.

 

전략팀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사장님의 본심이다

신규사업에 대한 사장님의 생각이 중요하다.


물론 아무 생각 없는 사장님이야, 될 때로 되라는 식의 생각이시겠지만

오너 연계가 있거나 비즈니스 기반의 사장님은 

문제의식이 높고 생각도 기대 이상으로 확고하다. 평소에 그걸 잘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략팀장은 자신의 주장이나 팩트를 기반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장님의 의중에 맞춰 전략을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앞서 말한 전략이 재무수치의 거대한 구라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전략팀장이 정치적이거나 잘 나갈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맞춰 사장님 간을 보면서

1,2,3차 보고를 통해 사업의 방향성과 철수가 필요한 부분, 선택과 집중의 부분들을 정리하고 사장님과 본인의 정신을 완벽하게 튜닝하기 위해 노력한다.

 

본인이 곧 사장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100% 확인되지 않으면 

결코 전략보고서가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장님이 오너에게 보고를 할 때 전략팀장을 달고 다니는 것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 

팀장은 존재감도 확실하게 피력해야 한다.


 

아무튼 진단 후 전략보고서를 만들면 각 사업별 전략을 만들고 나서

반드시 빨간색으로 대내비라는 빨간색 네모 칸을 찍은 조직 및 인력운영계획이 따로 버티고 있다.

 

대부분은 월급쟁이들은 앞에 사업전략 보고서에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각 사업본부의 부서장이나 실무자들이 생각한 거 그냥 정리한 거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전략이라고 해서 새로운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별로 특별할 것이 없고

이미 있는 사업의 개선이라고 해봐야 다들 어디서 한번쯤 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이나 인력에 대한 내용은 임직원들에게는 결정계수다.

개인들의 사내 전략을 세워야 하는 그야말로 과제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진짜 전략은 이제부터다.

개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를 가르는 전략에

직원들끼리 저녁에 고민을 하고, 나름의 전략을 짠다.

 

이런 전략은 사내외 정보수집망을 총동원해서 자기가 어디서 일할 것이며,

앞으로 조직개편 후 판세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를 확인하고,

어떤 상사 밑에서 일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회사 생활을 지속할 것인지를 포지셔닝하게 해준다.

 

성공지향적인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존재감을 유지하려 하고

일과 삶의 균형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회사 전략을 개인처럼 짠다면야 문제가 없겠지만

회사 일을 내 일처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런 식으로 회사 생활을 하는 세태이다 보니

전략은 더 이상 전략이라기 보다는 수치화된 목표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신이 무슨 생각과 행동을 하든

우리는 당신을 목표와 결과로만 바라보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은 구라일 뿐이다.

 

해야 할 일의 방향성이나 과제는 없고

숫자와 목표만이 난무하는 우리의 전략은 '아몰랑'과 다를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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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시간까지는 좀 깝깝한 글들이었다.

현실을 비판하거나 성토하는 글이었고, 대안에 대한 제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길이 없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그 길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어서 그렇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무릇 실천이 중요한 법이다.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을 운영하는데 기본적인 요소라고 일컬어지는 3가지는

"사람(조직)", "제도", "인프라" 이다.

 

요즘 내 주변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이 3가지 중에 "사람(조직)"이 근간이며

이로 인해 나머지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시는 경향이 많은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서서 있다가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경향이 있다. 그러다 완전히 누워서 안 일어나면 죽은 거나 다름 없는 게 사람이다.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래서 제도인프라가 필수다.

 

인본주의? 성향을 가지신 분들은 역량 있는 핵심인재를 투입하면

취약한 부분이 보완될 것이라 말씀하시는데, 당신 주변을 잘 살펴보라.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개인은 조직을 이길 수 없다.

우리가 시장에서 얼리어덥터(Early Adapter) 보다는 조직의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를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이야기는 회사 안으로 들어가서 해보겠다. 내 이야기다.

 

필자는 사회생활을 정확하게 운영기획팀이란 곳에서 시작했다.

20세기 용어로 말하면 "경영관리"를 하는 부서였다.

금융권으로 이야기하면 주로 심사와 분석을 담당하는 업무라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 부서에서 5년이 좀 넘게 생활했는데

주요 업무는 예산/손익관리, 전결규정, 회의체 운영, 성과관리였다.

 

예산/손익관리 업무야 현상 파악 및 조직운영을 위한 업무이고 회의체 운영도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업무이니 그렇다 치는데, 깊게 들어갈수록 원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전결규정과 성과관리가 왜 경영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의 업무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수였던 과장님한테 물어봤다.

"이거 왜 우리가 해요?"

 

그랬더니 그 선배 하는 말이

"책임을 묻고 평가를 해야 할 것 아니냐"

"일을 했으면 신상필벌이 있는 게 당연한 세상이치 아냐?"

 

. 그런가 보다 했다.

 

성과관리 업무를 온전하게 다 넘겨받고 나서

좀 더 배우고 근무시간에 농땡이도 치기 위해 외부 교육기관을 전전했다.

 

물론, 성과평가와 보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넝쿨이라는 업체에서 하는 대표님의 워크샵에 참가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또 깊게 책을 볼수록 성과관리라는 표현이 맞지 않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KPI BSC 프레임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체계라는 것을 완전히 이해했다. 이 체계를 완전히 이해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평가라는 말은 입에 담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업에서 흔히 말하는 KPI는 각 부서가 미션을 수행하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킹핀(King Pin)을 지표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표와 과제가 반드시 연계되어 움직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표들의 인과관계이다.

 

2000년대 중반에 KPI 이노베이션이라는 책을 봤다.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각 지표들을 BSC 4대 관점인

1) 학습과 성장관점, 2) 프로세스 관점, 3) 고객 관점, 4) 재무 및 기업가치관점

에서 보았을 때 1)~4)으로 이어지는 지표가 서로 인과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다. 또한 지표 자체는 단순 명료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했다. 지표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표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새로운 지표를 창조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 진정한 킹핀(King Pin)의 가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성과관리업무를 평가와 보상으로만 접근했던 나의 무지함에 창피했다.

비전을 실행하는 전사적 운영 프레임을 내가 너무 괄시했구나하는 생각에 한 동안 미안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기업에서는 여전히 경영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이 업무를 전형적인 평가지향적인 관점으로 수행하고 있다.

 

깊게 알고 잘 이용하면 유용한 비전 달성 프레임을 잘못된 방법으로 이용하는 게

얼마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가를 알아야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 안 하고 있을 것이다.

일을 소극적으로 바라보는 게 일반화된 현실이니 말이다.

 

두번째 할 이야기는 직무위임전결규정이다.

 

이 업무는 내가 사회 생활하는 동안 참 오래도 나를 따라 다녔다.

심지어 내가 회사 이직 전 마지막으로 수행한 업무가 전결규정 개정 품의였다.

그리고 이직 후 처음 한 일이 전결규정 개정 업무다.

이직 전후 4개월 동안 두 회사의 전결규정개정을 했다.

물론, 이직 후 회사개정이 백만 배 쉬웠다.

 

성과관리가 인프라 프레임이라면 전결규정은 제도라고 본다.

어떤 것이 절대적인 구분으로 제도이고, 인프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충 끼워 맞추면 그렇다.

 

경영관리업무를 할 때는 전결규정 개정 할 때 현업에서 개정사항을 받았다.

그리고 조직단위 Hierarchy를 맞춰서 개정했다.

정치적인 입장과 권력구조를 고려한 개정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전략기획팀으로 이동해도 전결규정업무는 나를 따라왔다.

내가 모시던 부사장님이 전결규정이 기업전략과 연계되지 않으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문제가 되니 이를 전략기획팀에서 담당하라 업무를 조정하셨기 때문이다.

 

전략기획팀 선배들은 난감한 표정이었고 그래서 업무가 꼭! 나한테 온 것 같았다.

전략기획팀에서 전결규정을 다루는 방식은 좀 달랐다.

 

전결규정은 기본적으로 이사회, 경영위원회, 예산규정의 공통규정을 제외하고는

각 팀 단위로 구성한다.

 

이유는 각 팀의 업무분장을 전결규정을 통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글에서 다룰 업무매뉴얼도 각 팀별 전결규정에 맞춰 체계를 가져간다.

 

그런데, 각 팀의 전결규정에 신규사업이나 전략 등이 추가되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전략기획팀에서는 현업이 자체적으로 전략에 맞춰 전결규정을 개정할 수 없음을 판단하고 기업이나 사업전략에 맞춰 규정개정을 협의 추진한다.

 

많은 고민과 소통이 필요한 작업이다.

신규 규정에 따른 업무는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규정 개정 후 재개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물론 그에 따른 업무매뉴얼 작성도 후속조치로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조직의 변동이 일어나는 경우는

각 팀의 전결규정 중 일부를 분해하여 옮기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 작업은 각 팀별 전결규정만 잘 되어 있다면, 각 팀장들의 협의에 따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작업만 진행하면 되니 크게 어려움은 없다.

 

근래에 들어, 전결규정 무용론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정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주장들이 많다.

 

하지만, 전결규정 실무자였던 내가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이 또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라 생각한다.

 

전결규정을 단순 취합 및 운영으로만 접근하는 방식에서 무슨 신규사업을 전략적으로 진행하며, 변화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이야기인가. 당연히 선무당들이 수동적인 관점으로 규정업무를 하니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선무당들이 망치는 제도와 인프라가 사람과 조직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를 목도하면서

노무현 정부 때 만들었다는 정부의 2,000개가 넘는 업무매뉴얼이 용도 폐기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씁쓸하다.

 

역량 있는 사람들이 다 잘 해낼 것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믿고 싶지 않다.

선수를 믿지만 언제나 독한 훈련으로 만약을 대비하고, 가차없이 투수를 교체하는 한화 김성근 감독의 고민이 많은 깨달음을 주는 시대이다.

 

성적을 내는 야구도 어렵지만, 비전을 달성하는 기업이 더 어려운 현실이다.      

 

다음 글은 다시 철학적인 글이다.

변화의 시대에서 개인이 일을 해내는 법에 대해 논하고 싶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990779&ctg=2010

. 그리고 다음 주에 연수원 교육이라 글을 일주일 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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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보면 욥기라는 책이 있다. 

성경 중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기 전에 쓰여졌다는 구약 성서는 서양의 대표적인 세 종교인 유대교 , 가톨릭, 이슬람교가 모두 경전으로 인정하는 책이다. 

개신교 기준으로 33권의 공인된 책 중에는 3권의 지혜문학이라 불리는 책이 있는데, 격언을 적어 놓은 "잠언"과 지혜의 왕 솔로몬이 지은 "전도서" 그리고 오늘 이야기할 "욥기"가 있다. 


“욥기”의 스토리는 옛날 이야기답게 간단하다.

'하나님을 잘 믿고 선량하게 사는 욥은 이스라엘 동네 스타일에 맞게 사업을 번창시키고 있었다. 근데 하루는 악마가 하나님한테 욥은 역경이 닥치면 신앙을 버리게 될 것이라 말했고, 하나님은 절대 그렇지 않을 테니 시험해보려면 그리 하라 했다.

악마는 욥을 시험하기 위해 기업을 망하게 하고 집안을 풍비박산 냈다.

그리고 욥에게 신앙을 버리면 기업을 다시 번창하게 해주겠노라 했지만

욥은 마지막까지 신앙을 버리지 않았고 하나님은 역경 이전보다 더 큰 번창으로 

보답했다는 이야기다.'


내가 일(Job)에 대한 이야기하면서, 욥(JOB)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쩌다 보니 영문 철자가 같아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욥기(JOB)가 기업을 이루는 가치관경영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사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에게 닥친 역경을 자신의 지혜로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의사결정자인 욥이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고 기업을 살리려는 시도를 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물론, 역경과 고난으로부터 기업을 지키고 현상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가정과 기업의 철학과 신념은 흐려지게 되었음이 분명하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고난에 부딪쳤을 때 이를 이겨내는 기업 내부의 원동력은 약해졌을 것이다. 장수하는 기업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성경의 욥기를 보면 욥의 행적으로 통해 이 시대 우리가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현재로 이야기하면 자신의 역량과 시간을 소모하며 돈을 버는 직장인이 비슷한 처지가 되겠다. 자신이 왜 이 회사에 다니고,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아성취와 신념에 대한 대답보다는, 현실에 맞춰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다는 대답일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나를 포함한 우리 주변의 많은 직장인들이 이 대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일이라는 우리 말로 표현했지만, 영어 단어(Job)은 대표적인 의미로 직업을 의미한다. 

근로를 의미하는 단어인 Work와 부여된 임무를 의미하는 단어인 Task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개념이다. 직업에는 직업관이 따른다.  그런 관점에서 일(Job)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동안 해야 할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며, 은퇴라는 개념과는 맡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흔히 사람들이 은퇴 후 설계, 은퇴 걱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직업(Job)보다는 근로활동이나 임무에서 배제되었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직업(Job)을 매우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직업관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보다는 맡겨진 근무(Work)와 임무(Task)로서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전편 3화에서 이야기한 미션(Mission)과 대비하여 이야기해보자.

미션은 회사 차원에서 "업의 본질"이 되기도 하고 구성원 차원에서는 영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임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미션(Mission)을 대하는 태도가 일(Job)의 관점이 아니라 근무(Work)와 임무(Task) 수준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관점이라면, 과연 비전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직업관 없이 미션을 수행한다는 태도로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구성원들은 현대에서 고용불안과 불신풍조로 인해 소극적이 되었다. 그리고, 직업관을 버리고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대 기업들이 비전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의 하나가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을 사회가 병들게 했고, 이제는 비전이라는 요구가 구성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못한다는 한계이다.


몇몇 설립자가 젋은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에서는 아직 비전의 실행이 비교적 원활하지만, 대기업에서 비전을 이룬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쓰고 일을 대하는 관점에 대한 글을 마치고 싶다.


앞서 언급한 가장 작은 단위 Task의 어원을 살펴보면

중세 시대에 봉건영주가 부과한 세금 또는 용역을 뜻하는 라틴어 tasca (즉 tax)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으며,  중세 프랑스 방언 tasque와 중세 영어인 taske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고 추정하고 있다. 의미상 '부과된 일'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강한 요즘,

여러분은 욥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新 중세시대에서 영주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는가


다음 편에는 오늘의 한탄에도 불구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일의 방향성을 잡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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